‘쇼핑몰 전속 모델’, 연예계 진출 징검다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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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전속 모델’, 연예계 진출 징검다리로
  • 취재기자 김동욱
  • 승인 2014.03.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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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짱' 인기 끌면 각종 미디어서 스카우트 손길

깜깜한 스튜디오.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카메라 셔터에 따라 한 여성이 수많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보기도 하고 때로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는 등 다양한 포즈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 촬영 후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일컷는 ‘A컷’이 나올 때까지 스튜디오에서는 그 누구도 숨조차 쉬기 힘들다. 비로소 A컷이 나오면, 그때서야 모델이나 포토그래퍼 모두 만족한 듯 미소 지으며 서로 사진을 확인한다.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이 스튜디오의 모델은 일반 패션모델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 전속된 모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인기를 끌면서 제법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쇼핑몰 모델이 배출되고 있다.

오늘 사람이야기의 주인공은 연매출 30억을 올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6년째 전속 모델로 활약 중인 이다름(25) 씨다.

▲ 쇼핑몰 ‘비위치’에서 활동 중인 모델 이다름 씨 (사진: 비위치 제공)

어릴 적 그녀의 꿈은 모델이 아닌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소녀 이다름은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눈이 뚫어져라 관찰하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예뻐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녀의 연예인에 대한 애착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남달랐다. 이다름은 “지금 말하면 너무 부끄럽지만 누구나 어릴 적 꿈은 다 있잖아요? 제 마음 속에는 항상 연예인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연예인이 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을 중학교 3학년 때 깨달았다. 그녀는 중학생 때부터 연예인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 곳에는 날고 기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연기도 잘 했고, 외모에 자신 있던 그녀보다 다들 예뻐 보였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느낀 그녀는 연기자의 꿈을 접고 대신 어릴 적부터 소질이 있었던 그림 특기를 살려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구 부산디자인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의외로 그녀의 그림 재주가 괜찮았는지 학교 선생님들은 그녀의 그림을 높게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그림에 빠져 화가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을 때, 이다름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춘기 소녀들이 누구나 만들어 꾸미고 손질하는 ‘미니홈피’를 그녀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미니홈피는 순식간에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로 떴다. 방문자 수가 6개월만에 16만 명이 웃돌았다. 그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폭발적 인기는 미니홈피를 장식한 그녀의 패션 사진 때문이었다. 사진 속에 나타난 그녀의 옷, 포즈, 맵시에 사람들은 눈독을 들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제가 입은 옷과 옷맵시가 좋다고 댓글을 남겼어요. 날마다 그걸 읽고 또 새 사진을 찍어 올리고. 그게 정말 좋았죠”라고 말했다.

▲ 미니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다름 씨(출처: 싸이월드).

그녀가 검정색 드레스를 입으면 사람들은 우아하다고 했고, 반팔에 핫팬츠를 입으면 발랄하다고 칭찬했다. 그녀는 날마다 무슨 옷이 어울릴까를 생각하고 자기 방에서 이옷저옷을 입어보면서 ‘나홀로’ 패션쇼를 벌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이 다가오자 그녀는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대학에 입학해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준비하던 시기에 친언니가 ‘비위치(BEWITCH)'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고, 쇼핑몰 모델이 필요했던 언니가 미니홈피 ’패션짱‘이었던 이다름에게 모델 스카우트를 제안했던 것. 대학에 미련이 많아 처음엔 고민에 싸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과감히 대학을 포기하고 쇼핑몰 모델 전선에 뛰어 들기로 했다. 그녀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쇼핑몰 모델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온라인 여성용 의류 쇼핑몰이 1000개가 넘는다. 하루에 수 십 개가 생기고 또 그 수만큼 문을 닫는다. 바야흐로 쇼핑몰 춘추전국 시대다. 더군다나 유명 연예인들까지 그들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워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합세하는 바람에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명인들의 이름을 내세워 홍보하는 쇼핑몰을 일반인 쇼핑몰이 치열한 홍보전에서 이길 도리가 없었다.

쇼핑몰이 많은 만큼 해당 쇼핑몰의 전속 모델도 역시 많다. 쇼핑몰에서만 활동하면서 제법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쇼핑몰 모델들도 수두룩하다. 쇼핑몰 대표이자 모델로 활약해서 4억을 벌었다고 해서 ‘4억 소녀’로 알려진 김예진 씨는 10대 때 쇼핑몰을 창업해서 20세에 이미 매출 4억을 기록했다. ‘민트’라는 가명으로 유명한 쇼핑몰 모델 김수연 씨는 여성용 쇼핑몰 모델임에도 뭇 남성들에게 인기몰이를 할 만큼 뛰어난 외모와 몸매를 가졌다. 인터넷에서 얼짱으로 이름을 날렸던 반윤희 씨 역시 쇼핑몰 모델로 활약하면서 이미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쇼핑몰 모델 사이에서 ‘초보 모델’ 이다름의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다름은 “언니가 처음 쇼핑몰 모델을 권유했을 때 잘 해낼지 걱정되었어요. 이미 유명한 모델이 많은데 그 사이에서 과연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눅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 시빅뉴스와 인터뷰하는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다름 씨(사진: 김동욱 취재기자).

첫 화보 촬영 날, 떨리는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스튜디오 분위기와 사진작가의 호령에 떨리고 몸이 움츠려 들었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는 꽉 낀 옷을 입고 촬영하는 것 역시 그녀에게 큰 짐이었다. 그날 촬영 때 그녀는 발을 헛디뎌 발목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게 그녀의 첫 촬영 날이었다.

그녀의 패션 사진이 쇼핑몰에 올라가고, 그녀와 언니는 숨을 죽이며 주문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첫 한 달은 총 열 개의 주문이 들어왔고 그 중에 두 개는 반품되었다. 첫 성과는 그야말로 쪽박이었다. 그녀는 “이러다 망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활영 때마다 이게 내 마지막 촬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찍고 또 찍었어요”라고 말했다.

석 달째가 되었을 때, 그녀의 쇼핑몰에도 슬슬 봄바람이 불었다. 주문량이 30개가 되더니, 50개, 100개까지 오르고, 상품 후기에도 옷과 함께 모델인 이다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예뻐요,” “몸매관리 어떻게 해요?” 등과 같은 호평이 이어졌다. 그녀는 “처음에 얼떨떨했어요. 이제 노력의 대가를 받는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났어요”라고 말했다.

햇수로 어느덧 6년째. 그녀는 제법 인지도 있는 쇼핑몰 모델 반열에 섰다. 처음에 주변에서 ‘개나 소나 하는’ 쇼핑몰 모델 한다는 비아냥대는 소리도 들렸으나, 이제 들리는 말은 응원과 격려로 가득 찼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다. 그녀는 어느새 그녀가 어릴 적 꿈꿨던 연예인과 비슷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유명 쇼핑몰 모델이 된 그녀에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가끔 그녀의 SNS에 달린 악성댓글이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악성댓글 수도 증가했다. 그녀는 “악성댓글에 상처를 받아요. 성희롱 같은 댓글을 적는 사람들도 있어요”라며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악성댓글도 다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닐까 싶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녀는 이제 쇼핑몰 모델 그 이상을 꿈꾼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쇼핑몰 CEO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유명 연예인들처럼 ‘이다름’이라는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워 자기만의 쇼핑몰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부끄럽지 않게 제 꿈을 향해 다가갈 것입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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