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폴리테이너, 류여해 최고위원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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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폴리테이너, 류여해 최고위원을 응원하고 싶다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7.12.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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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사회심리학 용어에 ‘에펠탑 효과’라는 게 있다. 처음엔 비호감이던 대상이 반복 노출되면서 호감으로 변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가 명명했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맞아 파리에 에펠탑을 건립하려했을 때, 파리 시민들은 벌떼처럼 반대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에 어떻게 그런 흉물스럽고 천박한 쇠덩어리를 ‘떡’ 하니 세우냐는 것이었다. 예술계, 문학계 인사들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열화 같은 반대의견을 달래기 위해 20년 뒤 철거를 약속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에펠탑(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런데 1889년 3월 파리 중심가 세느 강변에 이 ‘흉물스런’ 에펠탑이 실제 들어서자, 시민들의 마음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눈만 돌리면 바라볼 수 있는 높이 320m의 이 철 구조물이 점점 익숙해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철거가 약속된 1909년이 다가왔으나, 파리 시민들은 이번엔 철거 반대시위를 벌였다.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도 일역을 하는 이 멋진 철탑을 왜 없애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프랑스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추앙받는 기 드 모파상은 파리의 전경이 내다보이는 에펠탑 구조물 안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겼다. 그도 처음엔 에펠탑 건립을 극렬하게 반대한 문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만난 한 친구 문인이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어이, 모파상. 자네는 에펠탑 건설을 그리 반대해놓고 왜 이곳을 자주 찾는가?” 머쓱해진 모파상은 이런 재치로 응수했다. “음~. 여기 레스토랑은 파리 시내에서 에펠탑을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지난 여름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을 때, 건전한 식견을 가진 많은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연단 위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고, 신발까지 벗어던지고 하는 등의 행동이 영 탐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를 무슨 코메디처럼 하느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자유한국당 재건을 위한 보수의 아이콘으로 우뚝 자리잡았다.

그후에도 류여해 최고위원의 ‘튀는’ 발언과 행동은 이어졌다. 종편 방송이나 팟캐스트에 나와 문재인 정부를 자극적 용어를 동원해 선명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에 항의하는 친박 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에 용감하게 나타나 태극기 깃대로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포항 지진때 문재인 대통령이 천벌을 받았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당 중진의원으로부터도 너무 나갔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TV 중계된 자유한국당 최고회의 석상에서 문 대통령이 탄핵감이라고 말해 홍준표 대표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8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회 축사에서 자신도 젊었을 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나가려했었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으며, 퍼스트 레이디 김정숙 여사의 곶감 만들기 작업을 비아냥거리는 SNS를 올리는 바람에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노도와 같은 비난 댓글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류 최고위원은 씩씩했다.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 비아냥과 힐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줄기차게 피력했으며, 자타공인의 ‘보수의 전사’로서 현 정권과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제30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 2017'이 9월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 호텔 써어터홀에서 열린 가운데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처음엔 돈키호테와 같은 이상한 캐릭터의 정치인으로 여겨졌다. 그런 돌출행동의 소유자에게 당 최고위원의 감투를 안겨준 자유한국당의 선택이 의아했다. 같은 성격의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난다는 뜻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듯이 ‘막말의 아이콘’ 홍준표 대표가 자신과 유사한 캐릭터를 가진 그를 선호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별하게 반(反) 자유한국당 정서를 가지지 않은 필자에게도 류여해 최고위원은 한마디로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류 최고에 대한 비호감이 희석됐다. 호감으로까지 바뀌지는 안했다 하더라도 TV 화면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그에 대한 ‘TV를 꺼버리고 싶을 정도’의 반감은 사라졌다. 어떤 때는 “오늘 또 류 최고께서 무슨 돌출발언으로 화제를 모으셨나” 하는 생각에 은근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에펠탑에 익숙해진 파리 시민들의 심정이 이런 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 류 최고위원은 정치 예능인이다.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정치란 코메디 같은 것이니까 국민들에게 정치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그는 이 시대 한 획을 긋는 폴리테이너(politcs + entertainer)다. 최소한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을 받아먹고, 개돼지 망언을 쏟아내 국민들 가슴에 멍을 안겨주는 그런 혐오감 정치인하고는 거리가 있다. 튀는 발언이 다소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그의 본심은 아니라고 필자는 본다. 정치계의 후발주자로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에겐 강력한 이미지와 메시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45세 트뤼도 총리도 튀는 행동을 자주한다. 2015년 첫 집권 때 남녀 성비를 일 대 일, 똑같이 하고 백인, 흑인, 라틴계, 동앙계, 심지어 인디언계 인사를 두루두루 발탁한 ‘무지개 내각’을 구성해 세계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정책 면에서도 바로 아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는 극과 극인 입장을 선택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특히 개인 행동으로 그의 컬러풀 패션은 유명하다. 유권자들을 만나는 점잖은 자리에 젊은이들처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오는 것은 예사다. 어떤 때는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서 푸른색 정장차림에 빨간 바탕, 흰색 무늬의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나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15년 밴쿠버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제에 참여한 태나다 총리 트뤼도(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2013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빨간 운동화 효과(sneakers effect)’이론을 내놓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유능한 사람은 일반적인 사회관습이나 통념과는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독특한 신발, 찢어진 청바지 등 특이한 외양을 즐긴다는 것이다. 사회에 순응적이지 않다보니 화려한 무늬, 대담한 색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성공한 인사들의 이런 ‘튀는 패션’, ‘별난 행동’에 대해 일반인들은 흥미롭게도 ‘유능함의 방증’으로 여긴다고 결론 짓고 있다. 이런 사회심리를 이용, 스웨덴 의류브랜드 ‘해피 삭스’는 “나는 특별한 면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용기가 있다”는 광고 카피와 함께 알록달록 무늬의 양말을 내놓아 지난해 90개국에서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레드삭스 상점(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하버드대의 ‘스니커즈 이펙트’는 여기 한국에선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류여해 최고위원의 ‘튀는 행동’이 결국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류 최고위원을 서초구 당협위원장에서 탈락시켰다. 그의 잇단 돌출 발언과 튀는 행동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류 최고는 “친박 퇴출을 위한 전위대 전사로서 실컷 써먹고 이제 용도가 다하니 버리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좌절시키기 위한 홍 대표의 음모라는 원색 비난도 눈물과 함께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지도부는 ”해당 행위“라며 당협위원장 퇴출 뿐 아니라 최고위원 축출, 심지어 출당 조치까지 위협하고 있다.

류 최고위원의 튀는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지도부 고유의 판단이다. 물론 다소 과격한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던 만큼 정치적 부담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류 최고위원은 보수 정치에서 일종의 ‘양념’이었다. 그정도 돌출을 용인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협량(狹量)이 오히려 초라해 보인다. 류여해 최고위원이 이번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한국 정치계에서 에펠탑처럼 우뚝 서기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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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에스 2017-12-22 12:08:43
그나저나 우리나라 기자들 역량 미달이 심각하네. 난 이들이 합리성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추고 있지만, 부당한 특권의식과 기득권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능력을 억누르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럴 능력이 없었던 거였다. 이런 걸 논설위원이 썼다니 참 씁쓸하다. 류여해와 에펠탑의 연결이라니ㅋㅋ 대체 이걸 왜 쓴거요? 쓰면서 만족했나요? 논리학이나 고교 언어영역 공부를 권합니다.
우리 기자님들, 제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좀 삽시다.

케이에스 2017-12-22 11:50:17
정치적 능력과 자질이 검증 되지 않은 사람이 별안간 제1야당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본인의 방송에 출연하며 평론했던 경력을 언급했었는데, 그정도의 평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최고위원 선출 이후 행보는 자기 이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과했고 너무 튀었는데 내용은 빈약했다. 이게 지금까지의 류여해다.
아마 대중 일반의 류여해에 대한 기대는 능력과 맞지 않는 감투를 쓴 자가 항상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며 상대적 우월감을 갖게 되는 쾌감 획득이 아닐까 한다.

이춘근 2017-12-21 11:47:43
유여해의그릇이 종지보다작아 멀리보고 자기정체성이뭔지알고 행동하고 참을성있어야지 그래갖고 누가같이하겠노 정청래 발가락이라도 닮아보시지 최고위원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