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세프 ‘성희롱' 은폐에 뿔난 후원자들 "후원금 중단"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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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니세프 ‘성희롱' 은폐에 뿔난 후원자들 "후원금 중단" 맞대응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2.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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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출신 간부가 여직원에 성적 막말 예사로 내뱉어...고발한 팀장 해고하고 "입다물라" 으름짱 / 신예진 기자
한국 유니세프에서 사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후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전직 외교부 관료 출신인 한국 유니세프 간부가 여직원에게 상습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문제를 공개한 내부 고발자가 오히려 해고된 것으로 전해져 후원자들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겨레는 한국 유니세프가 간부 A 씨의 성희롱 문제를 처음 인식한 것은 지난 1월 내부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였다고 전했다.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성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낄만한 발언들을 내뱉은 A 씨를 팀장이 신고한 것.

신고를 받은 조사위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A 씨는 여직원들에게 “영어 하는 게 동두천 미군 접대부 같다”, “허리가 가늘어서 애나 낳겠느냐”, “보통 비서는 아침에 굿모닝 하지만 좋은 비서는 침대에서 굿모닝 한다”, “여자 비서는 커피 타려고 두는 거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위는 지난 9월 간부 A 씨의 성희롱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피해자가 당시 불쾌함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또, 피해자가 아닌 팀장이 신고했고,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반응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세부 이유를 들었다.

심지어 한국 유니세프는 내부 고발을 한 팀장을 지난 8일 해고했다. MBN에 따르면, 근무시간 중에 성희롱 간부의 퇴진을 위해 집단적 활동을 해 직장 내 규율과 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앞서 팀장이 성희롱 신고를 하자 조사위는 팀장에 대해 “주관적 판단에 근거해 상황을 확대해 직원들 간의 불화와 불신 증폭의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의 경위가 드러나자 내부 반발이 이어졌고, 한국 유니세프 회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1일 송상현 회장은 전 직원에게 “직장 내 분파를 조장하는 행위나 하극상 사태 등 조직을 해치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해당 메일에 대해 간부 A 씨는 한겨레를 통해 “문맥이 왜곡됐을 뿐 아니라 해당 단어나 문장을 쓴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 유니세프의 성희롱 논란과 사건 축소 및 은폐 문제에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20일 한국 유니세프에 기부를 중단하려는 후원자들의 문의가 빗발쳐 전화 연결에 20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3년째 유니세프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이런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 아동을 돕자고 외치다니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조만간 유니세프 후원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 유니세프의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사람들이 구호 자금 모은다고 광고를 내다니”라며 “사람들이 기부한 돈을 제대로 쓰긴 할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생각해보니 기금으로 운영하는 구호단체가 무슨 팀장이 있고 간부가 있냐”며 “회장과 간부들은 법인 카드 긁고 다니겠지”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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