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하면 잘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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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하면 잘 살게 될까?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14.03.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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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보이지 않는 광안리

며칠 전 또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한 군데 조용히 눌러 살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리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재개발되어 살던 곳이 헐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3년 전에도 그리해서 이사를 갔었는데, 또 이사를 가니 기분이 유쾌하지 못하다. 부산에서 꽉찬(滿) 10년 동안 두 번이나 본의 아니게 이사를 한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방은 과연 부동산 재개발의 광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내가 우리 대학에 온 2004년에만 하더라도 우리 대학의 문대와 공대에서는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시원하게 보였었다. 그러나 남천동에 60층 이상의 높은 빌딩이 서고 군부대 자리에 대연혁신지구라는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자 멋진 조망은 사라졌다. 지금 바로 학교 옆에 건설 중인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욱 사라질 것이다. 재개발된 높은 빌딩에 포위되어 답답하고 갑갑해질 것이다.

여기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산 전역에서 그런 일이 왕성하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부산보다 먼저 그랬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는 이미 재개발 아파트가 들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차와 시외버스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면 나라 전체가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뻔하다. 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이익 환수다. 건설업자는 높은 건물을 제조하여 이익을 남길 수 있고, 원래 살던 집주인도 구닥다리같은 집을 헐고 새로운 주거공간을 얻으니 좋고 잘 되면 이익을 얻는다. 이를 추진하는 관공서도 재개발 성과를 행정업적으로 챙길 수 있다. 그러니 안할 까닭이 없다. 아마도 다이나믹 코리안이 프랑스의 파리를 점령했다면 재개발하느라 파리는 지금의 모습을 잃고 거덜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재개발은 만만한 시대의 흐름이다.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더 한번 생각하자!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재개발을 하되 용적율을 최대한 높여서 이익률을 높이도록 크고 높은 쪽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오래 살기 좋도록 작고 낮은 쪽으로의 전환을 깊이 고민하며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익만 고려하지 말고 미감(amenity)도 배려하자는 뜻이다. 해체하고 부숴대는 재재발이 아니라 복원하고 살려내는 재개발을 하자는 당연한 바램이다. 그런데 이런 당위적 원론을 주장을 하면 터무늬 없는 공상이라고 공격당한다. 현실을 도외시한 한가한 소리라고 비난받는다. 그래서 한 번 더 가만히 생각하자는 것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공상일까? 과연 지금 방식대로의 재개발이 계속된다면, 어딜 가도 높고 큰 건물만 빽빽하다면, 그래서 부동산 이익이 많아진다면 경기가 살고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게 될까? 그것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오히려 그것이 뜬 구름잡는 공상 아닐까? 작고 낮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람답게 여유롭게 살자는 당위적 원론이 오히려 마땅한 현실 아닐까? 지금 이 시대 우리 사회는 공상과 현실이 180도로 도치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아무리 한 번 더 가만히 생각하자고 제안해도 개발의 광풍이 멈출 기세는 아니다. 더욱 드세지고 있다. 다이나믹하게!

대한민국의 영문 슬로건 ‘Dynamic Korea'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좋게는 힘차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이다. 안 좋게는 부산(浮散)스러운 대한민국이다. 뭔가 뿌리도 없이 붕뜨고(浮) 어지럽게 흩어진(散) 대한민국이다. 여기저기 이곳저곳 쉴 새 없이 재개발을 해대니 그렇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도시 슬로건이 ‘Dynamic Busan'이다. 이 영문 슬로건에 걸맞는 국문 슬로건이 ‘크고 강한 부산'이다. 어찌 이런 슬로건이 별 문제없이 채택되었는지? 정말로 크고 강한 사람은 그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크고 강하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열등감에 늘 시달릴 때 그리 외롭게 목소리를 높이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서울보다 작고 약하다는, 열악하고 영세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릴 때 크고 강한 부산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크고 강한 다이나믹 부산을 추구하니 크고 높아지는 재개발의 흐름은 당연한 발로이자 소산이다. 삐까번쩍하는 건물은 올라가나 미감은 사라지고 점점 더 부산(浮散)스러워지고 있다. 부산은 산과 바다, 그리고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지역이다. 해양도시 이전에 부산(釜山)이라는 지역 이름처럼 정겨운 가마솥(釜) 모양의 산(山)이 많은 정겨운 산의 도시다. 이런 아름다운 부산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재개발을 해야 되지 않을까? 스웨덴의 국가 슬로건이 부럽다. Swedish Grace! 스웨덴다운 우아함이라!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런 슬로건은 그냥 헛되이 말만 멋지게만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스웨덴 다녀온 사람 말로는 길거리에 쓰레기 한 점 보기가 어렵단다. 길거리 곳곳 쓰레기가 널브러진 세상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실감이 가지 않는다. 작고 낮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Korean Grace! Beautiful Busan! 공상이 아니라 정녕코 그리 재개발 될 우리 현실을 가만히 생각한다. 素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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