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저온화상’ 환자 급증..."우습게 봤다간 큰코 다쳐요" / 박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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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저온화상’ 환자 급증..."우습게 봤다간 큰코 다쳐요" / 박찬영 기자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7.12.20 0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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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0도에 오래 노출되면 발생, 방치하면 피부 괴사...핫팩이 저온화상 주범

직장인 김미애(50) 씨는 추운 날씨에 대비해,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히터(heater) 대신 보온 물주머니를 이용하는 편이다. 근무 시간 동안 보온 물주머니를 허벅지에 올려둔 채 추위를 이겨낸다. 하지만 어느 날, 김 씨의 다리에 갈색 그물 모양의 흉터가 생겼다. 병원을 방문한 김 씨는 ‘저온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뜨겁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화상을 입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보온 물주머니를 다리 위에 오래 올려두면 저온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김 씨처럼 겨울철을 맞아 저온화상 환자들이 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피부과 김모 원장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저온화상 환자가 늘었다”며 “미미한 정도의 화상을 입은 환자부터 꽤 심한 상처를 입은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저온(低溫)화상’이란 40~60도 정도의 온도에 오랫동안 피부가 노출돼 걸리는 화상이다. 미국 화상학회에 따르면, 피부가 섭씨 44도의 온도에서는 1시간, 섭씨 50도에서는 3분, 섭씨 60도에서는 8초 이상 노출되면 피부 단백질이 파괴된다. 뜨겁다고 느끼지 않는 40~60도 정도의 온도도 오랜 시간 접촉하면 단백질이 파괴되고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저온화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즉각적으로 통증과 물집이 나타나는 고온화상과는 달리 통증이나 피부조직 변화가 서서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부분 화상을 입은 줄도 모르다가 갑자기 따갑고 가려운 증상을 느끼고 약국이나 병원을 찾는다. 흉터가 생겨도 그리 큰 흉터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저온화상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국내 화상 전문 병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체 환자의 72%가 3도 화상, 나머지 28%도 2도 화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데지 않을 것 같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피부 깊숙이 열이 침투하기 때문에 저온화상 상처는 면적은 좁지만 피부 깊숙이 발생한다. 피부가 붉어지는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심하면 물집이 잡히고 피부가 괴사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겨울철 손을 녹이는 도구로 자주 쓰이는 핫팩이 '저온화상'의 가장 큰 유발원인으로 꼽히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국내 화상 전문 병원이 집계한 지난 3년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핫팩이 26%로 저온화상의 원인 1위로 나타났다. 편의점,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핫팩이 문제인 것이다. 강모(20, 강원도 화천군) 씨는 “핫팩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까먹었는데 다음 날 보니 그 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며 “저온화상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화상을 입어 놀랐다”고 말했다.

핫팩 뿐만 아니라 전기매트로 인한 저온화상을 입기도 한다. 보일러보다 등을 따뜻하게 해주는 전기매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부산에 사는 표봉림(77) 씨는 보일러를 틀어도 집이 추운 편이라 전기매트를 거의 하루 종일 켜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등 쪽이 간지럽고 따가웠다. 표 씨는 “심한 건 아니었지만 한 이틀 간은 계속 간지러웠었다”며 “손자들이 왔을 때도 자주 켜놨는데 아이들은 화상을 입지 않았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허지혜(35) 씨는 수족냉증을 앓고 있다. 유독 발에 추위를 많이 타 책상 밑에 작은 스토브를 비치해뒀다. 하지만 다리가 따끔거려 봤더니 복숭아 뼈 쪽에 작은 물집이 생겨져 있었다. “워낙 발이 찬 편이라 스토브가 있어도 뜨겁다는 생각을 못했다”며 “화상을 입은 뒤로 온도를 낮춰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온화상 환자가 늘어나면서 요즘 출시되는 보조배터리 겸 손난로와 충전식 손난로 등은 사용자가 직접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는 추세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보온 물주머니, 핫팩, 온수매트 등을 비롯해 보조배터리 손난로 같은 1인 온열기구의 종류도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소비자들이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소재 피부과 의원 김모 원장은 “핫팩이나 물주머니는 피부에 바로 닿지 않도록 하고 전기매트나 스토브의 온도도 너무 높게 해두지 않는 것이 좋다”며 “흉터가 생기면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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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2017-12-22 16:27:37
저온화상 잘 몰랐는데 진짜 조심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