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도, 공연장도 되는 퓨전 레스토랑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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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도, 공연장도 되는 퓨전 레스토랑 성행
  • 취재기자 김태호
  • 승인 2014.03.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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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형’ 카페도…손님들 일석이조 문화 만끽

여기는 음식을 먹지만 음식점만은 아니다.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미술관도 아니다. 연주회가 열리는 날은 고급 음악도 감상할 수 있지만 공연장도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섞인 퓨전 공간이라서 통칭하는 고유명사 이름도 없다. 다만, 사람들이 이런 곳을 ‘복합문화공간형’ 가게라고 흔히 부른다. 이곳은식사를 즐기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같이 누릴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다. 기반은 음식점이나 카페지만, 전시회, 연주회, 영화감상회가 열린다.

복합문화공간형 가게는 젊은 연인들로부터 인기가 번져나간다. 부산의 대학생 서용식(27) 씨는 매일 비슷한 장소에서 반복되는 데이트가 지겹다. 그는 여자 친구 만나밥 먹고, 커피 마신 후, 영화 보는 따분한 일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서 씨는 친구를 통해 부산 경성대 앞 대학타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형 레스토랑인 ‘갤러리 앤 키친 포’를 알게 됐다.

▲ 부산 경성대 앞 ‘갤러리 키친 포’에는 레스토랑이면서 여느 갤러리 못지 않은 많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이곳 레스토랑 주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부산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화랑들의 협조를 얻어 일정 기간 화랑의 작품을 전시해 주기도 한단다. 전시된 그림 중에는 억대를 호가하는 명작도 있다고 주인이 귀띔한다.

▲ 현재 갤러리 키친 포에 전시된 작품들은 업주의 개인 소장품이며 화랑과 연계해 전시 그름을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서 씨는 “식사하면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구경했다.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음식맛과 그림에 얼마나 많이 감탄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갤러리 키친 포에는 그림 외에도 여러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서울의 대학원생 노신일(31) 씨도 같은 고민으로 인터넷을 통해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다 복합문화공간형 가게를 발견했다. 노 씨가 찾은 가게는애니메이션 스누피의 주인으로 유명한 캐릭터인 찰리브라운을 딴 ‘찰리브라운카페’였다. 마침 애니메이션학과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둔 노 씨는그녀가스누피를 좋아해 이 곳을 찾게 됐다. ‘찰리 브라운 카페’는 전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데, 노 씨는 “각 체인점마다 특색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들이 있어서 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 부산대학교 앞 찰리 브라운 카페에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관련 인형, 피규어,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정 상품은 구매도 가능하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국내에서 하루에도 수백 개의 가게들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문을 닫는데도 불구하고, 복합 문화공간형 가게들은 대체로 선전하고 있다. 찰리브라운카페 부산대점 관계자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각종 전시회까지 즐길 수 있어 손님들이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갖는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앞의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형 레스토랑 ‘제이 스퀘어’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유모(23) 씨는 복합문화공간형 가게의 장점은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대부분 음식점들이 비슷한 맛의 음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 거주하는 길모(26) 씨는 여자 친구와의 기념일에 연주회나 전시회에 가고 싶지만 10만 원이 넘는 비용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레스토랑과 특별 문화행사를 곁들인 복합문화공간형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기뻤다. 길 씨는 “솔직히 나는 가격이 제일 부담스럽지 않아 이런 레스토랑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형 가게가 뜨는 이유는 또 있다. 젊은 층은 물론 남녀노소 세대를 넘어 공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부산의 남천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나영(12) 양은 가족 외출 시 찰리브라운 카페에 가자고 부모님에게 조른다. 그곳에 가면, 부모는 커피를 마시고 김 양은 가벼운 음료를 마시며 스누피를 맘껏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부산시 사하구의 이지영(22) 씨는 가족이 모두 외식을 할 기회가 없었다.할아버지가 외식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씨의 할아버지가 먼저 외식을 요구한다. 얼마전 할아버지는 지인과 함께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산만디’라는 레스토랑에 초대 받았는데,그곳이 바로 복합문화공간형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할아버지가 싫어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품격 있는 음악 연주회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기에 음악감상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서는 주인이 작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악단을 초청해서 연주회를 갖기도 하고, 때로는 피아니스트를 섭외해서 팝페라나 여러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씨는 “할아버지는 음악감상을 위해 가족과 외식하는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TOM N TOMS의 한 지점 관리자인 김모(34) 씨는 요즘 커피점이나 레스토랑들이 본연의 음식과 음료수 제공이라는 일차원적인 마케팅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골치가 아프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요구가 다양해졌다. 이런 고객의 트랜드에 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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