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피소? 그런게 다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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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피소? 그런게 다 있었나?”
  • 취재기자 도근구
  • 승인 2014.03.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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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불감증 속 소재 아는 사람 거의 없어.. 관리도 ‘엉망'

전쟁, 재난 등의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마련된 대피시설이 방치되고 있거나 사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등 관리 상태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민들은 비상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대피시설의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산 동래구의 한 시장 안 지하시설은 대피소라는 팻말만 있을 뿐 주변 상인들이 짐을 쌓아 놓았고, 계단 앞에는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어 한눈에 봐도 대피소라고 생각하기 힘든 상태였다. 또한 대피소는 자물쇠로 문이 잠 있는 것은 물론, 입구는 매캐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찼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형광등이 형식적으로 걸려 있었다. 이 대피소 앞 노점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정모(53) 씨는 이곳이 대피소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황스럽다”며 “이렇게 방치된 지 오래여서 전혀 대피소인지 몰랐다”고 대답했다.

▲ 부산 동래구의 한 대피소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사진: 도근구 취재기자)

취재 차 시빅뉴스가 조사한 동래구 다른 네 곳의 대피소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대피소들은 한결 같이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듯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된 상태였다. 어떤 대피시설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유사시 대피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시장 건물 관리인 박모(58) 씨는 “대피소는 창고로 사용된 지 오래지만 누구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여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전국의 재난 대피소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대피소 상황은 여전히 허술한 상태 그대로였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의 대피소는 모두 2만 5700여 개소가 있고, 서울에는 3919곳, 부산에는 2011곳이 있다. 또한, 대피소로 지정된 곳은 ‘민방위 시설 및 장비 운영 지침’에 따라 휴대용 도끼, 손전등과 같은 비상용품을 필수적으로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동래구 시장 속에 위치한 4곳의 대피소 중 비상용품이 비치되어 있는 곳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 특히 대피소 역할을 하는 민간시설(고층아파트, 지하건물 등)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건물주 박모(58) 씨는 “오래 전, 동사무소에서 대피시설이라고 알려주기만 했다”며 대피시설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피소 관리가 허술하게 변한 이유에 대해 담당자들은 국민 안보 의식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피시설 관리도 문제지만, 대피시설의 안내와 홍보가 부족해 시민들이 대피시설의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주된 이유로는 민방위 훈련 제도가 국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국민 불편이 증가해서 훈련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담당 공무원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민방위 훈련은 1992년부터 전국 단위 연 9회 훈련에서 연 3회로 대폭 축소되었다. 또한 2002년부터는 시군구 단위 훈련도 연 4회에서 2회로, 방재훈련 횟수도 연 3회에서 연 1회로 각각 축소됐다. 이렇듯 현재 민방위 훈련은 예전처럼 사이렌이 울리고 버스와 행인이 멈추는 형태로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특별히 개인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일반 시민들이 민방위 훈련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피소 위치도 알기 힘들다.

동래구 사직동에 거주하는 서원준(24) 씨는 북한의 김정일 사망 즈음해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일말의 불안감이 생겨 인터넷으로 대피소를 찾아봤다. 서 씨는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찾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지하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피시설이었던 것이다. 그는 “정말 큰일이 났는데 대피소를 모른다면 우왕좌왕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대피소 관리와 홍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의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인력이 부족해서 현장에 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재난안전관리과 관계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민간시설들은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시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가 어렵다”며 “대피시설이 중요 시설이니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점검과 홍보에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 국가재난정보센터는 국민들에게 대피소 정보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2012년 ‘튼튼 안전365’라는 스마트폰 앱을 출시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GPS기능을 활용하여 대피소와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스마트폰 사용자만 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홍보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위치한 대피시설은 http://www.safekorea.go.kr에서 민방위→시설→비상시설의 순으로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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