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에 대한 고정관념과 싸우는 사람들...팀 지오닉 “키덜트 문화 확산이 목표” / 김태우 기자
상태바
모형에 대한 고정관념과 싸우는 사람들...팀 지오닉 “키덜트 문화 확산이 목표” / 김태우 기자
  • 취재기자 김태우
  • 승인 2017.12.14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집 뒤편에 공방 열어 모형 제작 몰입, 부산모형전시회 열기도
팀 지오닉의 정지환 씨와 조주현 씨(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순수에는 나이가 없다.’ 모형제작에 빠진 ‘팀 지오닉(Team ZEONIC)’의 두 사람을 만난 뒤 떠오른 말이다. 바쁜 삶 속에도 이들은 모형과 함께 꿈을 꾸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함을 지켜가고 있다. 모형은 그들의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난다.

최근 키덜트 문화가 확산됐지만, 여전히 피규어, 레고,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 등은 어린이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없애고 키덜트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올해 10월 부산시민공원에서 키덜족을 위한 ‘제2회 부산모형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전시회를 주관한 사람들이 바로 ‘팀 지오닉’이다. 시빅뉴스는 지난 주 팀 지오닉의 정지환(41) 씨와 조주현(29) 씨를 만나 모형 제작에 얽힌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팀 지오닉의 공방은 부산 연제구 ‘꽃세상 정원나라’의 뒤편에 있다. 이 꽃집은 모형 공방 운영자인 정지환 씨의 가게다. 정 씨는 어릴 적부터 모형 제작을 좋아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꽃집 일 하는데 집중했다. 2007년 꽃집 수입이 안정되면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한 그는 모형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장이 된 그는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2010년 꽃집 뒤에 있던 창고를 공방으로 개조했다. 하지만 당시엔 키덜트 문화도 정착되지 않았고, 주변 반응도 좋지 않았다. 거기에 동호회 회원도 자주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바람에 공방 운영이 어려웠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 때 마음이 맞는 조주현 씨를 만났다. 2012년 겨울, 그들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함께 뭉쳐 팀 지오닉을 만들었다.

박 씨는 “공방 운영이 어렵고 적자가 나도, 돈이야 어떻게든 벌면 되지만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돈보다는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조 씨는 “2012년 겨울에 팀을 만들고 그 다음 해에 키덜트 문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둘이서 운영하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주현 씨가 도색한 모형 부품을 말리기 위해 막대에 꽂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팀 지오닉의 공방은 일반 공방처럼 누구에게나 대여비를 받고 작업 공간과 용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팀원별로 지정석이 정해져 있고 팀이 함께 공방 비용을 부담해 공방을 운영한다. 현재 팀원은 총 9명. 소수로 운영되다보니 공방 운영비가 모자라 늘 허덕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박 씨는 “운영 수지는 공방을 만들었을 때도 적자였지만 지금도 계속 적자”라며 “그래도 계속 공방을 운영하는 건 이 공간이 너무 좋고, 팀과 함께 무언가 만들어내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 지오닉의 주관으로 올해 10월 제2회 부산 모형 전시회가 열렸다(사진: 조주현 씨 제공).

팀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작업실을 견학하는 학교나 방과 후 학교에서 모형 조립에 관해 가르치는 일도 종종 생겼다. 또, 팀 지오닉은 작년부터 다른 팀과 협력해서 키덜트족을 위한 모형 전시회를 무료로 열고 있다. 조 씨는 “여전히 모형에 대해서 편견을 갖는 분도 있지만, 키덜트 문화가 퍼지고 나서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분들이 생겨서 기쁘다”며 즐거워했다.

현재 팀 지오닉은 팀 가이아 등 다른 팀과 함께 KNN 디오라마 월드 2층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디오라마와 모형이 합쳐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이 전시회는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조 씨는 해맑은 미소로 “본업도 있고 전시회 준비도 해야 해서 바쁘지만 행복하다”며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매년 전시회를 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 출신인 박지환 씨는 현재 꽃집과 모형 공방을 운영 중이다. 팀 매니저인 조주현 씨 역시 부산 출신이며 조선소 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