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폐막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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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폐막을 바라보며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4.02.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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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개막식 중계를 시청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새벽녘에 울려 퍼지던 메달 소식 몇 번을 접하고 나니 벌써 폐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시작으로 여자 쇼트 트랙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추가로 쇼트트랙에서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두 개를 더 따냈으며, 김연아 선수의 아쉬운 은메달과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이라는 조금 생소한 종목의 값진 은메달로 메달레이스를 마쳤다.

돌아보면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프로그램 안내 자막에 ‘D-몇 일’이라는 카운트 다운 표기로 열을 올렸던 것 같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올림픽이나 국제 대회 카운트 다운 자막. 그만큼 우리는 국가적인 행사에 열 올리고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응원할 줄 아는 좋은 심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나라는 여러 가지 상황이 어지럽고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올림픽에서 들려오는 메달 소식이나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그러한 우리의 삶을 달래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올림픽을 응원하는 다양한 광고들이 TV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광고, 올림픽의 의미를 어필하는 광고 등등. 그 와중에 모 회사의 광고는 김연아를 개인 김연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쳤다가 뭇매를 맞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반대편에서는 그 동안 김연아가 자신을 버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는 개인 김연아로 놓아주자는 정서가 강했다. 또한 젊은층 사이에서 요즘 취업난과 경제난 등 국가가 개인을 위해서 해 준 것이 없다는 정서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 와중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첫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이상화 선수의 굳은 살 가득한 발 사진이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규혁 선수가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1998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에 이어 올해 러시아 소치까지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는 뉴스가 가슴을 더욱 적셔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메달밭이라는 쇼트트랙 경기가 시작되었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었던 여자 선수들의 모습과 연이은 금메달 소식에 모두들 열광했다. 그런데 남자 선수들은 좀처럼 맥을 못 추었다. 이제는 ‘빅토르 안’으로 더 익숙한 안현수 선수가 얄밉게 금메달을 채가는 듯 보였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빙상연맹이 연일 도마에 올라 ‘빙신연맹’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리척결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당사자인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태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무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동계 올림픽의 절정은 김연아 선수의 피겨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판정 논란인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은 총 14명의 심판이 추첨에 의해 결정되어 그 중 9명의 심판이 다시 추첨에 의해 쇼트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고, 그 중 5명이 다시 추첨에 의해 바뀌어 프리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문제는 심사가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은 김연아의 심사지가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다음 국제대회부터는 실명의 심사를 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지고 있는 것 같다. 여튼 김연아 선수는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금메달을 도둑맞았지만 의연하게 시상식과 갈라 프로그램까지 마쳤고, 금메달리스트를 능가하는 퀸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20여 일간 우리를 새벽까지 잠 못 이루게 하면서 들었다 놨다 했던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제는 4년 후에 우리나라 평창에서 있을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는 지난 2011년 7월 7일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어 마침내 유치에 성공했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발표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분명 다음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거론되었던 많은 불편한 뉴스들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성숙해져서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고, 메달 하나에 앞으로의 연금이 얼마니 하는 멘트를 듣지 않으며, 심판 판정이나 특정 협회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모두가 박수 받는 올림픽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하여 처음에 올림픽이 지향했던 순수한 아마추어리즘과 평화의 제전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언론이 있다.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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