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꿨다 /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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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꿨다 / 김수정
  • 부산시 해운대구 김수정
  • 승인 2017.12.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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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푹 빠져서 봤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몰이의 주역인 SBS의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지난 주에 종영한 이 드라마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의 꿈을 소재로 한다. 극 중 핵심 사건과 갈등을 이끌어가는 세 주요인물은 곧 일어날 일을 예지몽을 통해 알게 된다.

누구보다도 당찬 모습으로 사건 사고를 캐내고 진실을 좇는 SBC 사회부 기자 남홍주(배수지 분), 법이 있는 한 정의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강 지검 형사 3부 검사 정재찬(이종석 분), 밝고 쾌활하며 의리 넘치는 경찰 한우탁(정해인 분)까지. 사회적 정의를 다루는 기자와 검사, 경찰이라는 이 세 직군의 조합은 말 그대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기에 최상의 조합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는 남홍주가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남홍주가 꾸는 꿈은 언제일진 모르지만, 반드시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예지몽을 꾼다는 것이 마냥 좋은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남홍주를 보면 알 수 있다. 누군가 위험에 처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하는 것을 꿈에서 목격한 날이면 반드시 그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남홍주는 그를 살리지 못했을 때 죄의식에 갇혀버리고 만다.

그런 남홍주에게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온 하나의 꿈, 그리고 꿈속에서 본 남자, 바로 정재찬이 있다. 남홍주와 정재찬의 만남은 그렇게 우연인 듯, 인연인 듯, 운명처럼 시작된다. 정재찬은 남홍주와 같이 예지몽을 꾸는데, 그는 남홍주와 관련된 꿈을 꾸고 이를 이용해 남홍주 앞에 닥치는 시련과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준다.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매회, 새로운 사건 사고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권력 있는 집에서 벌어지는 가정 폭력, 보험금을 노리고 동생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남성, 길고양이 청산가리 살해 사건, 제자를 자신의 종처럼 부려먹으며 ‘갑질’을 일삼는 대학교수 등의 사건을 주인공들이 해결해나간다. 최근에 워낙 극악무도하고 흉악한 범죄의 빈도수가 잦아서일까, 드라마 속의 잔인한 범죄는 더는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한 극 중 사건들은 오히려 “어, 저거 그 사건을 재연한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오만과 편견’이라는 부제로 방영된 15~16회는 언론과 검찰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며 큰 교훈을 남겼다. 이 회에서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인 유수경(차정원 분)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수경 선수가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그녀의 곁에는 피로 그린 기이한 문양의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사이코패스의 범죄 현장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의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당시 유수경 선수의 집에 방문했던 인터넷 설치기사 도학영(백성현 분)이다.

도학영이 유수경을 살해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재찬 검사는 도학영을 기소해야 하지만 증거 부족으로 그를 기소하지 못한다. 도학영은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언론은 계속해서 그를 살인 용의자로 몰아가기에 바빴다. 전직 검사 출신이자 현 법무법인 해광의 변호사인 이유범(이상엽 분)은 남홍주에게 도학영의 과거 전과 기록을 주며 언론에 퍼뜨리라고 얘기한다. 여론몰이를 통해 검사가 도학영을 기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사건과 상관없는 과거의 절도 및 폭행 전과를 엮어 탄생한 기사는 꾸준히 도학영을 살인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세 주인공은 단순히 도학영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남홍주는 선배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을 보고 유수경 선수 옆에 있던 기이한 그림이 로봇청소기로 인해 생긴 것임을 알아낸다. 사실, 평소 이석증을 앓고 있던 유수경 선수는 사건 당일 기절로 인해 가구의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 후두부 타격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었다. 그 옆에 작동 중이던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면서 그녀의 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언론과 검찰은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칠 마땅한 근거가 없자, 이를 맞춰낼 도학영이라는 희생양을 만든 것이었다. 그들의 잘못된 판단이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언론과 검찰은 퍼즐을 맞추며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답에 맞지 않는 오답을 이리저리 도려내며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었다. 결국, 도학영은 무죄로 풀려났다. 그러나 여론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언론은 오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탓하며 정정 보도를 꺼렸다. SBC의 사회부장은 정정 보도를 제안하는 남홍주에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뉴스를 누가 보겠냐”며 이를 거절했다. 이에 남홍주는 “내비게이션도 길을 잘못 들면 경로 검색을 다시 해준다. 틀린 길 맞다고 계속 우기는 내비게이션을 달고 운전할 수 있냐”며 “틀리면 뒤집어야 한다. 틀린대도 맞다고 우기는 뉴스를 누가 믿어주냐”고 맞받아쳤다. 이후 SBC는 그들의 오보를 정정하는 보도를 냈고 시청자들과 도학영에게 사과했다.

15~16회는 언론과 검찰 사이의 끈끈하게 얽힌 관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고 사회적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했다. 언론 보도가 여론을 형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듯, 이는 제3부에도 큰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바람은 불고 불어서 검찰 수사와 그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론과 검찰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좀 더 안전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 언론인을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깊게 새길 수 있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잘못된 언론 보도 방식과 여론몰이, 권력 앞에서 힘없는 사람이 희생해야 하는 비뚤어진 사회 풍조를 보여줬다.

게다가 수많은 명대사를 남긴 주인공들은 드라마 종영 후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극 중 정재찬은 “부디 ‘정의가 강물처럼’이라는 법언이 이 법정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 명대사는 정의가 온전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는 현재 부조리한 사회를 잘 꼬집었다. 아울러 법이 정의를 따르듯이 그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기를 바란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처럼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예지몽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사회적 정의를 이뤄내는 세 주인공을 등장시켜 재미와 감동, 교훈 모두를 다잡았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극 중 분위기에 시청자는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재미 요소는 시청자를 흥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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