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무사고면 벌점 면제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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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무사고면 벌점 면제 인센티브
  • 취재기자 김태호
  • 승인 2014.02.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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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운전 마일리지제' 시행... 장롱면허 악용 우려도

요즘 경찰서를 방문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온 학생들이 경찰서에서 찾는 것은 다름이 아닌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서다. 학생들은 먼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서약서를 받아 서명한다. 경찰서에 들어선 지 10분 만에 학생들은 간단하게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자가 된다.

2013년 8월 1일 자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생겨난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는 면허를 소지한 운전자가 서약서를 제출하고 일정 기간 동안 운전법규를 준수하면 인센티브를 받아 그 인센티브 정도에 따라 나중의 벌점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에 서약한 운전자가 1년 간 교통법규 무위반(운전면허 취소 정지처분, 법칙금 통고처분,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는 것), 무사고(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것)를 실천하면 특혜점수 10점을 마일리지로 받을 수 있다.

▲ 사진은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서 양식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서약 기간 중 법을 위반하면, 그 다음날부터 재서약할 수 있고, 다시 재서약 후 1년이 지나 무위반, 무사고를 유지하면 10점 마일리지를 획득할 수 있다. 반면에, 서약 후 운전자가 1년 간 무위반, 무사고 운전을 하게 되면 10점의 마일리지가 생기게 되고, 매년 갱신하면서 마일리지 점수를 축적하게 된다. 이렇게 적립된 마일리지는 벌점을 받거나 면허 정치 처분을 받았을 때, 적립된 점수만큼 벌점을 소멸시킬 수 있다.

울산시 중구 학성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54) 씨는 이 제도가 시행된 2013년 8월 1일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경찰서에서 서약서를 제출했다. 김 씨는 “축적된 벌점이 있었는데 착한 운전 마일리지를 통해 안전 운전해서 벌점을 없앨 기회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도 운전자들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을 하고 안전 운전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운전면허를 획득하고 4년이 지나도록 운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명 ‘장롱면허 소지자’인 유치원 교사 김보령(26) 씨는 친구들과 함께 경찰서에 들러 착한 운전 마일리지에 서약했다. 사고를 낼까 두려워 운전하지 않는 김 씨는 “나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마일리지를 받게 되면 나중에 운전하게 될 때 벌점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씨 같은 운전자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전혀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으로 마일리지가 쌓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안전 운전자는 아니다. 오히려 쌓여 있는 안전 운전 마일리지 때문에 사소한 벌점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에 서약한 장롱면허 운전자가 4년 간 무사고, 무위반에 빛나는 모범 운전자로 마일리지를 40점이나 획득할 수도 있다. 이 사람은 운전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착한 운전자가 되어 다량의 마일리지 점수를 획득하게 되고 벌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주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부산 남구의 대연지구대의 한 교통 경찰은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를 악용하려는 장롱 면허 운전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말한다. 서약서에 서명하러 온 운전자 중 누가 장롱 면허 소지자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택시 기사나 버스 기사는 일반 운전자보다 주행 거리와 시간이 길다. 그래서 택시나 버스 기사들은 무위반, 무사고 운전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는 일반인과 전문 운전자에게 운행 거리와 상관 없이 안전 운전 기간에 따라 마일리지를 부여한다. 부산의 택시 기사 심모(53) 씨는 “이 제도가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불합리하다. 형평성에 맞게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의 한 지구대 경찰은 “오히려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일수록 프로의식을 갖고 무사고, 무위반을 지키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경찰서의 한 경찰도 “제도에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운전자들이 마일리지 획득에만 치중하지 말고 이 제도의 취지에 맞춰 안전 운전에 신경을 쓴다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는 효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최근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 경찰서 앞 게시판에서 ‘착한 운전 마일리지제’ 홍보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 사진: 취재기자 김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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