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협찬 노린 '짝퉁 파워블로거' 설친다
상태바
기업 협찬 노린 '짝퉁 파워블로거' 설친다
  • 취재기자 도근구
  • 승인 2014.02.11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문자수 인위로 조작...'.일종의 허위광고' 단속 시급

"야, 우리 뭐 먹을래?"
"그냥 맛집 파워블로그 검색해서 맛집 찾아가면 되지 뭐."
"야, 너 그 상품 써봤어?"
"아니, 그 상품 파워블로그를 검색해서 사용 후기 보면 되지."

요즘 사람들에게 이런 대화는 낯설지가 않다. 필요한 정보를 위해 사람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의 파워블로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특히 사람들 방문이 많다고 포털사이트가 인정해주는 파워블로그의 경우 ‘좋은 정보를 준다’는 인식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검색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파워블로그가 방문자수를 특별한 소프트웨어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경우, 파워블로그는 활동지수 분석 결과와 파워블로그 선정위원회 평가로 선정되는데, 활동지수 분석에는 방문자수, 스크랩수(자신이 올린 글을 남이 퍼간 횟수) 등이 포함되며, 포스트(블로거가 적어 놓은 글)의 댓글수, 공감수(공감하면 누르는 횟수) 등을 바탕으로 선정위원회가 파워블로그를 선정한다. 몇 천 명의 방문자수를 갖는 파워블로그도 있고 몇 만 명의 방문자수를 갖는 파워블로그도 있다.

파워블로그에 선정되면, 파워블로그의 주인, 즉 파워블로거는 막대한 이점을 가진다. 옷에 관련된 파워블로그는 패션 기업에서 의류를 제공받거나 홍보비를 협찬 받을 수 있고, 음식과 관련된 파워블로그는 외식업체에서 음식과 상품권을 제공받는다. 또한 네이버는 연간 우수 파워블로그를 선정해 상금을 주고 이를 널리 알린다.

그러나 파워블로그 선정 기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문자수와 댓글수는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이것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어뷰징(abusing)’이라고 불리는데, 이 프로그램에 블로그 아이디와 특정 게시물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게시물의 방문자수와 댓글수가 자동으로 쭉쭉 늘어난다. 아무 방문자가 없어도 마구 올라간다. 이렇게 올라간 방문자수 때문에 그 블로그는 순식간에 파워블로그로 선정되어 ‘짝퉁 파워블로그’가 된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대학생 강모(26) 씨의 일일 평균 방문자수는 2,000명이 넘는다. 강 씨는 처음에 손쉽게 방문자수를 올릴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해 어뷰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쉽게 파워블로거가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개인 의류업을 하는 박모(29) 씨도 자신의 의류를 광고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도 어뷰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사용한 후 파워블로그가 되니 홍보가 잘 돼 확실히 수입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보고 어뷰징을 끊을 수 없게 됐다. 그는 "확실하게 방문자도 늘게 되니 수입이 두 배 가까이 올라 너무 좋다"며 “수익을 위해 (어뷰징 사용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짝퉁 파워블로그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진주에 거주하는 대학생 조모(24) 씨는 헤어 드라이기가 고장 나서 관련 파워블로그를 방문해 상품 정보를 얻었다. 그는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5,000명이 넘는 파워블로그에서 선명한 사진과 꼼꼼한 구매 후기를 보고 상품을 결정한 후 구매했다. 그러나 물건을 배송 받은 조 씨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자신이 본 상품과 배송 온 상품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조 씨는 다시 그 파워블로그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밑에 남겨진 댓글을 자세히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댓글 단 시간을 보니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댓글이 30~40개가 달려있었어요. 거기다가 댓글 단 시간 간격도 너무 짧아서 이상하단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말했다. 조 씨가 본 파워블로그는 바로 어뷰징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댓글과 방문자수를 조작했던 것이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블로그 방문자수를 늘리는 행위는 일종의 불법 과장 광고에 해당된다. 전자상거래법21조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를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댓글수를 늘려주는 프로그램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일종의 허위 과장 광고이므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뷰징의 존재가 밝혀지자, NHN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12년 12월 부터 대책에 나섰다. 이를 위해서 네이버는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인 리브라(Libra)를 사용했다고 한다. 리브라는 어뷰징에 의해 생성된 문서를 찾아내 제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그러나 이를 피하는 방법도 다양해져 네이버가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