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불법 사행성 오락실 다시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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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불법 사행성 오락실 다시 ‘기지개’
  • 취재기자 김동욱
  • 승인 2014.02.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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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바다이야기' 등...당국은 "단속 어렵다" 방관

“거기 학생, 무슨 일로 서성이는 거요?” 한 오락실 앞에서 담배를 물고 망을 보는 듯한 남성이 지나가는 대학생에게 소리친다. 대학생은 흘깃 그 남성을 쳐다보고 지나가지만, 망을 보는 남성은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요즘 부산의 서면 남포동 등 번화가는 물론 일부 주택가에 합법적인 성인오락실에서 불법 사행성 오락 게임이 성행하면서 성인오락실 앞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락실은 밤 12시까지 운영되는 합법적인 성인 오락실과 하루 24시간 운영 가능한 청소년 오락실로 나뉜다.

합법적 성인 오락실에는 ‘바다이야기’, ‘오션파라다이스’, ‘씨엔조이’, ‘로얄더비’와 같은 성인 오락 게임이 설치돼 있다. 성인들은 1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게임을 하면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대개 이런 게임은 점수를 높이는 게 목적이며 누가 많은 점수를 얻느냐가 게임의 재미다. 반면, 불법 오락실은 합법적인 성인 오락실에 설치돼 있는 같은 게임을 사용하지만, 나오는 점수에 따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이다. 대개 10만원이나 20만원의 돈을 베팅 금액으로 내고 네댓 시간 게임을 하게 되며, 획득한 점수에 따라서 50만원도 벌 수 있고, 100만원도 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큰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결국 오락실을 나갈 때면 최초의 게임 판돈인 10만원이나 20만원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기 십상이다.

불법 오락 게임은 2006년 바다이야기로 사회의 유명세를 탔다. 바다이야기는 낚시하는 형태로 물고기를 잡는 게임이다. 게임 중 해파리, 인어, 거북이, 고래, 상어 등의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고래나 상어 등 특정 물고기를 낚을 경우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성인 오락실 관계자에 따르면, 획득한 고래나 상어는 각각 큰 점수로 환산되지만 통상 잡기도 어렵고 하루 중 나올 확률이 극히 드물다.

최근 경찰 단속이 뜸한 새벽 시간에만 운영하는 불법 성인 오락실이 생기는가 하면,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청소년 오락실에 불법 성인용 오락 게임기를 설치하고 성인들을 받는 불법행위가 등장했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 씨는 최근 자기 집 주위에 이런 불법 오락실이 생긴 사실을 발견했다. 박 씨는 “하필 집 근처에 (불법 오락실이) 생겨서 동네 이미지가 나빠졌다. 이런 오락실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요즘 다시 생기고 있다”며 “가끔 밤에는 간판 불을 켜놓고 영업한다. 분명 경찰이 단속할 텐데 어떻게 (불법) 오락실이 버젓히 운영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뿐만 아니라 최근 늘어난 불법 오락실을 아는 시민들이 다수 있었다. 직장인 안태근(35) 씨는 “한동안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불법 오락실이 없어지더니, 왜 다시 생기는지 모를 일이다”라며 한 숨을 쉬었다. 안 씨는 “모두가 지나다니는 큰길에 버젓이 (불법 오락실) 생기니, 학생들 교육환경에도 분명히 안 좋을 것이다. 특히 불법 오락실이 많이 생긴 남포동과 서면 주변에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사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대희(15) 군은 최근 친구들과 청소년 오락실에 들렀다가 오락실 구석에서 암암리에 불법 성인용 오락게임기가 설치된 사실을 목격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대학생이나 성인들이 앉아 그 게임을 하는 것이다. 김 군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오락실에 성인용 도박 오락기가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괜히 우리 (청소년)까지 피해보는 것 같다”며 말했다.

동래경찰서 김경철 경사는 불법 오락실의 단속이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환전만 안하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일부 불법 오락실 영업자들이 알고 있다. 비밀리에 환전을 한다면 경찰도 단속하기가 참 힘들다”며 “주기적으로 단속하지만 (불법) 오락실 영업자들은 우리가 경찰인 것을 귀신같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 금사사거리에 위치한 불법 오락실은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동욱).

불법 오락실에서 3개월 간 환전 아르바이트를 한 최모(28) 씨는 도박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 씨는 하룻밤에 100만 원 이상을 잃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최 씨는 “보통 한 다이(오락기)에 20만원씩 배팅을 하지만 대부분 돈을 잃는다. 하루에 바다이야기의 고래가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데, 사람들은 그걸 노리며 돈을 걸고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박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돈을 잃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배팅하는가 하면, 옆 사람에게 돈을 빌려 배팅하는 사람도 여러 명 목격했다. 최 씨는 “그 곳(불법 오락실)은 정말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곳이다. 지옥이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금정구 서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성혜(51) 씨는 경찰의 단속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질 수 없게 불법 오락실이 완전히 근절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재학생 한모 씨도 친구들이 불법 성인 오락실에 출입했다는 말을 들었다. 한 씨는 “주변 친구들이 (불법) 오락실에 가자고 말하곤 한다”며 “배팅이 엄청 클 것인데 학생들이 사행성에 빠진다면 정말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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