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의 뜻
분석(分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눌 分 쪼갤 析, 즉 어떤 물질이나 현상을 아주 자세하게 나누고 쪼개어 본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analysis'라고 하는데 항문을 뜻하는 ‘anal'이나 닮음을 뜻하는 analogue와는 상관없습니다. analysis의 어원은 그리스말인 ‘해방시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전체로 묶여 있던 것을 나누고 쪼개어 그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해방시킨다는 의미가 분석이라는 뜻이지요. 대개 어떤 물질이나 현황에 대해 분석한다고 하면 그 물질이나 현상에 대해 하나하나 나누고 쪼개어 자세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자연과학에서 화학은 물질을 이루는 요소에 대해 하나하나 나누고 쪼개어 물질의 구성요소를 파악하는 학문입니다. 사회과학을 위한 조사란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하나하나 나누고 쪼개어 현상의 본질요인을 파악하려는 활동입니다.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이렇게 분석한 결과는 분석 보고서로 나타납니다. 그러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물질이나 현상의 구성요소나 본질요인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한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이렇게 분석하면, 즉 나누고 쪼개어 보면 아주 잘 파악하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에서도 더 발전된 사고가 있음을 곧 알게 됩니다. 분석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분석의 늪
분석의 섬(analysis island)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석의 늪(analysis swamp)이라고도 하지요. 이 말은 우리가 자세하게 나누고 쪼개는 분석을 할 때 그 분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그 분석의 섬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우리가 통계 분석을 할 때에도 통계의 섬(statistics island)에 빠지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통계란 어떤 현상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객관적인 통계수치를 내려는 것인데 그 통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사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통계라는 수단에 휘말리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통계수치를 이용하는 조사가 아니더라도 조사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할 때 조사의 섬(Research island)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분석의 섬이든, 통계의 섬이든, 조사의 섬이든 이 말들이 뜻하는 바는 목적하는 바를 망각하고 수단에만 집착하게 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분석의 섬에 빠지게 되면 현상을 파악한다는 목적과 상관없이 쓸데없는 분석을 하게 됩니다. 괜히 이런 분석도 해야 되고 저런 분석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두툼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나열된 자료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분석을 열심히 한 결과이겠지만 영양가 없는 자료의 쓰레기이기 쉽습니다.
통찰의 눈
분석의 섬에 빠지지 않으려면 거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거시적인 시각이란 바로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배포나 통이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런 거시적 시각의 핵심이 바로 통찰(insight)입니다.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로 알기 위해서 무조건 분석을 하기보다는 우선 통찰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분석을 해 본 결과 이런 통찰을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통찰을 한 후 요런 분석이 꼭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생각하는 힘이 바로 통찰력입니다. 통찰력을 가지면 절대로 분석의 섬에 빠지지 않습니다. 큰 통찰 후의 작은 분석이 분석을 분석답게 합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잘 알려면 자세한 분석보다 우선 전체적 이해를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