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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남성 전유물' 옛말, 여성들 '때리고 부수는' 격투 게임에 열광 / 이지후 기자PC방마다 여성 이용자 북적, "신나게 게임하면 스트레스 풀려요"...실내 금연 시행도 한몫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골목길에 있는 A PC방. 오후 5시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다. 대부분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중반 젊은이들. 다들 게임에 열중해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듯 고개를 들이민 채 키보드를 치면서 “아이구!”, “와!”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흔한 PC방 풍경이다.

그런데 의자에 달라붙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여자가 적지 않다. 대충 세어보니 손님 셋 중 한 명은 긴 머리, 또는 단발머리의 여자다. 뭔가 게임이 잘 안풀리는 듯 이들은 키보드를 마구 마구 두들기기도 하고 “꺅!” 하며 옥타브 높은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종전에 보기 어렵던 풍경과 분위기다.

예전에 PC방에서 여자 이용자들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들이 PC방에서 눈에 띄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게이머가 아니라 남자 친구를 따라와 옆자리에서 구경하는 갤러리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남친과 함께 게임을 하는 여대생들, 때로는 여자들끼리 게임을 즐기러 PC방을 찾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부산 남구 남천동 PC방 아르바이트생 장유환(24, 부산 진구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여자 손님은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크게 늘었다”면서 “여자끼리 오는 경우도 많고 남자 친구랑 같이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 PC방 하면 남자들만의 공간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데이트하다가 남자 친구가 PC방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하면 대부분 여자들은 싫다고 거절하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자거나 노래방에 가서 노래나 한 곡 부르자며 졸라대기 일쑤였다.

최근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여성들을 보는 일은 흔하다(사진: 취재기자 이지후).

그런데 요즘 그런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여자들도 이해하기 쉽고 조작이 간단한 게임이 늘어난 덕분이다. 대학생 김채린(24, 부산 금정구) 씨는 “예전에는 PC방은 잔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들밖에 없어서 가기 싫었는데 요즘에는 여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 생겨서 친구들끼리 종종 간다”고 말했다.

또 금연법 시행으로 PC방 공기가 쾌적해진 것도 여자들의 PC방 이용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대학생 김현태(24, 부산 남구) 씨는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남자끼리 있으면 거의 PC방을 갔지만, 가끔 여자 친구들도 모이면 카페를 갔다. 카페를 가도 막상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할 일이 없어서 난처했는데, 요즘은 여자 친구들도 같이 PC방을 가서 게임을 하니까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옥선영(22, 부산 진구)씨는 “처음에 남자 친구들이 PC방을 가자 했을 땐 억지로 따라갔는데 막상 가서 게임을 같이 해보니까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어서 요즘은 내가 먼저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여자들의 PC방 이용률이 증가한 데는 사회 인식이 바뀐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는 여자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PC방에 여자가 있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여자들이라고 게임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여성의 남성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 나온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미성년자는 접근이 금지될 만큼 잔인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 요즘 여성들이 더 열광한다. A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던 한 여자 게이머는 “게임 하면서 신나게 적을 치고 부수고 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PC방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PC방도 그에 맞춰서 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먹거리도 갖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성들의 PC방 이용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취재기자 이지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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