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이 반찬 챙겨 가세요" 부산 감천1동 ‘우렁각시 나눔 냉장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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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반찬 챙겨 가세요" 부산 감천1동 ‘우렁각시 나눔 냉장고’ 인기
  • 취재기자 박상민
  • 승인 2017.12.04 0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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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 위해 주민센터에 설치...이웃 괴정동서도 '복단지' '싱싱 냉장고' 운영 개시 / 박상민 기자

부산 사하구 감천동 주민센터 2층 한켠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영업용 대형 냉장고가 한 대 서 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는 오후, 칠순을 넘긴 듯 백발의 한 할아버지가 냉장고문을 열고 김치 한 통을 집어 들더니 자리를 떠난다. 잠시 뒤 한 할머니가 나타나 또 다른 반찬을 골라 집어들고 사라진다. 이윽고 냉장고에 가득했던 반찬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 냉장고는 바로 감천 1동 주민들이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우렁 각시 나눔 냉장고’다.

부산 감천 1동 주민센터 2층 한켠에는 나눔 냉장고가 자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어떤 시골 농부에게 우렁이 속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남몰래 밥상을 차리고 떠난다는 민담에서 그 이름이 연유된 우렁 각시 나눔 냉장고는 감천1동의 이웃돕기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갖가지 반찬들로 가득 채워진다. 감천 1동 새마을 부녀회장 윤정순(58) 씨와 씨앗 나눔 봉사단 회장 안옥숙(63) 씨가 우렁각시를 자임하고 있다.

새마을 부녀회장 윤정순 씨(좌), 씨앗 나눔 봉사단 회장 안옥순 씨(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윤정순 씨는 지난 23년 간 감천동 일대에서 각종 봉사활동으로 선행에 앞장섰으며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는 비용 전액을 자신의 사비로 쓰고 있다. 안옥순 씨는 씨앗 나눔 봉사단을 구성해 봉사단원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 아침 9시면 장을 보고 직접 반찬을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해 나눔 냉장고를 이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는 반찬 배달을 통해 온정의 손길을 나누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매주 꾸준히 선행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들은 어르신들이 반찬들을 들고 가 맛있게 드시고는 “고맙다”, “잘 먹었다”라는 말을 할 때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윤 씨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그전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반찬 한 두 가지만 가지고 식사를 하셨는데 나눔 냉장고를 배치한 이후로는 편하게 끼니를 해결하신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지난 11월 7일 화요일 오전, 벌써 많은 분들이 나눔 냉장고를 이용했다(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나눔 냉장고는 빈곤층에게 음식을 공유하고 선행을 실천한다는 독일 ‘푸드 쉐어링(food sharing)’ 운동에 그 뿌리를 둔 것. 특히 부산 사하구 일대는 고령 인구가 밀집돼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지난해 9월 처음 설치된 감천 1동 ‘우렁 각시 나눔 냉장고’는 사하구 지역의 나눔 냉장고 중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감천1동의 사례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어 현재는 이웃 괴정 2, 3동과 당리동, 다대 1, 2동, 장림 1동에서도 나눔 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부산 괴정2동의 복단지 나눔 냉장고(좌)와 괴정3동의 싱싱 냉장고(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괴정2동, 3동에서는 지난 10월 25일, 11월 7일에 각각 ‘복단지 나눔 냉장고’, ‘싱싱 냉장고’ 라는 이름으로 나눔 냉장고를 시작했다.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세 주민들 사이 입소문이 퍼져 하루만 지나면 반찬이 금방 동났다. 괴정 2동 부녀회장 이점옥(68) 씨는 “반찬을 해서 1시간만 지나면 어느새 냉장고가 빈다. 빈 냉장고를 보면 계속해서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괴정 3동 부녀회장 이옥순(68) 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복단지 나눔 냉장고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싱싱냉장고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누구나 반찬을 채우거나 가져갈 수 있다.

따뜻한 나눔 문화 혜택을 받고 있는 감천1동 할머니 경로당 할머니들(사진: 취재기자 박상민).

나눔 냉장고를 애용하고 있는 감천 1동 어르신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눔에 감사를 표했다. 경로당 회장 김응자(76) 할머니는 “매주 우리를 위해 성심성의껏 반찬을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한 분들”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나눔에 인색한 오늘날, 감천 1동 ‘우렁 각시 나눔 냉장고’가 보여주는 나눔의 실천은 각박한 사회 속 우리들에게 따뜻한 활력을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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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2017-12-04 15:55:08
이런 좋은 일을 왜 이제 알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