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안일함의 예능 프로 '마스터키'는 퇴출 문을 여는 키 / 박신
상태바
모방과 안일함의 예능 프로 '마스터키'는 퇴출 문을 여는 키 / 박신
  • 부산시 남구 박신
  • 승인 2017.11.30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산시 남구 박신

지난 10월 SBS의 새 주말 예능으로 <마스터키>가 방영됐다.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마스터키>는 출연진들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마스터키를 가진 캐릭터를 찾아내는 심리 게임쇼다. 게임을 진행하기 전 12명의 플레이어는 자신의 열쇠가 마스터키인지 아닌지 운명의 방에서 확인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게임에서 이긴 팀에게는 그때마다 마스터키를 가진 플레이어를 추리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모든 게임이 끝난 후 플레이어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투표한다. 흔히 말하는 ‘마피아 게임’과 유사하다.

<마스터키> 출연자 중 한 명인 전현무. 이 사진은 2013년 연기대상 시상식 때 촬영된 것이다(사진: 더 팩트 제공).

출연진 간 숨 막히는 심리전과 다양한 게임을 통해 웃음을 유도한다는 기획이 꽤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출연진 간에 기대했던 심리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리전의 묘미는 서로 속고 속이는 짜릿함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다. 하지만 ‘마스터키’에서는 짜릿함과 긴장감 대신 유치한 게임과 단순 우기기의 연속이었다.

심리전을 예능에 접목해 호평 받은 프로그램은 이미 있다. 대표적으로 tvN에서 방영됐던 <더 지니어스>를 꼽을 수 있다. <더 지니어스>는 녹화 중 출연자에게 카메라를 노출하지 않는 CCTV형식으로 촬영했다. 자연스레 출연진은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숨 막히는 심리전과 소름 돋는 반전이 뒤따랐다.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했다.

반면, <마스터키>는 심리전이라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게임들은 오리발로 제기차기를 하거나 지압 판 위에서 농구를 하는 것 등이다. <마스터키>에서 나오는 게임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심리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몸을 이용한 놀이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출연자 간의 심리전은 대기실이나 휴식시간에 나누는 대화 몇 마디가 전부다. 그마저도 출연자들은 아무 논리 없이 우기기만 한다. 단순히 몸을 이용한 게임만 계속 하기보다는 출연자 간의 심리전을 유도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스터키>는 12명이라는 많은 출연자가 있지만 새로운 유형을 가진 캐릭터는 없다. 앞서 언급한 <더 지니어스> 역시 13명이 출연했지만 <마스터키>와 달리 개개인의 캐릭터가 살아 있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연예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유무는 프로그램의 몰입도와 재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얻은 인기에 힘입어 <더 지니어스>는 시즌4까지 방영했다.

이에 반해, <마스터키>에서 등장하는 출연자 대부분 유명 아이돌 멤버이거나 혹은 인기 있는 예능인이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굳어졌다. 새로운 인물도 없고 새로운 캐릭터도 없다. 그래서 참신한 재미도 없다. 결국,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한 내용이 전개되니 흥미가 반감된다.

<마스터키>의 궁극적 문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새 예능이라는 느낌보다는 기존 예능을 짜깁기 한 짬뽕이다. <마스터키>의 진부한 전략은 결국 시청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첫 방송에서 5%대를 기록했지만, 지난주 방송에서는 2%대로 하락했다. 애초 기획 의도로 삼았던 ‘심리전’과 다양한 게임을 통한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가 모두 달아났다. 예능계의 프로그램 스타트업도 새로운 게 무기다. 새롭지 못하면 도태하는 게 순리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