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정류장에 택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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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정류장에 택시가 없다
  • 취재기자 김태호
  • 승인 2014.01.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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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왕래 적은 엉뚱한 곳에 설치.. 이용객들 외면

부산 경성대 앞에는 택시 정류장을 뜻하는 ‘택시 베이(bay)’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파티몰 유니클로 건물 앞에 있고, 다른 하나는 센츄리 빌딩 앞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택시 베이’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과 승객을 기다려야 할 택시가 없다. 그렇다면 택시들은 어디에 있을까? 택시들은 불과 20m 떨어진 횡단보도 앞에 불법 정차를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경성대 앞에는 택시가 있어야 할 택시 승강장인 택시 베이’에서 주인인 택시를 찾기가 어렵다. 택시 베이는 버스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택시가 승객을 위해 대기하는 곳, 즉 택시가 차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든 곳을 말한다. 택시 승강장은 교통영향평가를 거쳐서 시 예산으로 설치, 운용되고 있다.

▲ 경성대학교 파티몰 유니클로 앞 택시 승강장에는 택시가 한 대도 없다. 택시가 없다보니 불법 주, 정차하는 일반 차량들이 생기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김태호).

부산 나비콜 택시 기사 박모(48) 씨는 “베이를 시에서 멋대로 설치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설치했어야 했는데, 그곳에 사람 왕래가 적어 택시기사 누구도 그 곳에 정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한 택시들이 정차하기에 택시승강장들이 너무 위험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 사진 : NAVER 지도

실제로 유니클로 앞 택시 베이를 살펴보면, 신호등과 불과 20m 거리에 위치해 용소로에서 나오는 차량이 택시 승강장에 멈추기에는 매우 짧은 거리로 보였다. 또, 택시 베이 바로 앞에는 파티몰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교통혼잡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택시 베이가 아닌 데 택시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곳을 택시 베이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등학생 임모(17) 군은 “여기가 택시 승강장 아니에요? 저는 자주 여기서 택시를 타는데”라고 말했다.

▲ 경성대 파리바케트 앞 횡단보도에는 택시 베이도 아닌 이 곳에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불법 정차를 하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김태호).

택시 베이 문제는 부산 남구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산진구 전포동에 사는 이원희(26) 씨는 서면에도 교보문고 가는 길에 택시 베이가 있는데 택시가 한 대도 없어서 버스 정류장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산에는 구청 단위로 택시 베이를 운용하고 있는데, 몇 개의 베이를 제외하고는 대게 시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택시 베이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사례가 있다. 경북 구미시 도량동에 거주하는 이모(26) 씨는 학교가 대구에 있어서 구미에서 기차를 타고 통학하고 있다. 이 씨는 동대구역에 내려서 시간이 없을 때는 택시를 이용해 등교한다. 이 씨는 지하철 출구에서 10m 정도 떨어진 택시 베이에는 차가 없고 지하철 입구 바로 앞에서 택시가 서고 사람들도 택시를 잡는 장면을 항상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구시가 택시 베이를 아예 지하철 입구로 옮긴 것이다. 이 씨는 “사람들이 지하철 출구 앞에서만 택시를 기다려서 교통혼잡이 컸다. 하지만 이전되고 나서는 그런 문제들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택시 베이의 위치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경성대 앞 택시 베이를 관리하는 남구청 담당자는 택시 베이를 이용하지 않는 택시 때문에 몇 년 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택시 베이는 도로 한쪽에 별도의 차로(폭=1.5∼2m,길이=20∼25m)를 확보하고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인도가 있어야 설치될 수 있다. 또한 택시 베이는 도로 밑에 있는 하수도나 지하도 등의 지장물이 없어야 한다.

부산시 남구청 교통행정과 조모(43) 씨는 “한 달에 몇 번씩 택시 승강장 문제로 전화를 받곤 한다. 모든 조사가 끝난 후에 가장 적합한 곳을 선정해서 설치했지만, 택시나 사람들이 지켜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되지 않는 택시 베이 문제에 대해 조 씨는 택시 베이를 이용하게 택시들을 유도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차가 서지 않는 택시 베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성대 부근에서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부산외대 원모(24) 씨는 “택시 승강장이 무용지물이 된 것 같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 놓은 택시 승강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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