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유흥업소, 행인들 호객행위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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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유흥업소, 행인들 호객행위 극성
  • 취재기자 김동욱
  • 승인 2014.01.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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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불쾌감 유발, "아이들 교육 악영향 걱정된다"
▲ 서동의 한 유흥업소 앞. 밤마다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동욱).

부산시 금정구 서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도균(25) 씨는 퇴근길마다 황당한 일을 겪는다. 늦은 밤, 야근이 끝나고 귀가하는 김 씨에게 일명 ‘마담(madame)’이라 불리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호객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피곤한 데, 계속 ‘술 한잔하고 가라’거나 ‘잠깐 쉬었다 가라’는 등의 호객행위를 해서 진절머리 난다”고 말했다. 김 씨에 의하면, 이러한 호객행위가 지난 7~8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고 한다.

밤 10시 이후, 서동의 마담들은 남성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느라 항상 업소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유흥업소는 성인 남성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일명 ‘도우미 노래방’으로 불린다. 김 씨는 “가게(유흥업소) 앞에서 긴 외투를 입고 담배를 피는 사람이라면 호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담들은 지나가는 남자에게는 무조건 접근해서 호객행위를 한다. 그들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도 가리지 않는다. 서동 인근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태욱(18) 군은 학교 마치고 집에 가려면 항상 유흥업소 앞을 지나쳐야 한다. 남 군은 “매일 밤 서 있는 그 사람(마담)들 때문에 가끔 무섭기도 해서 일부러 길을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서동의 지도(출처: 네이버 지도, 그림: 취재기자 김동욱).

부산 금정경찰서의 관계자는 최근 유흥업소 호객행위 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과거와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흥업소에 밀접한 곳에 위치한 주택가에 사는 시민들의 걱정은 배가 되고 있다.

부산의 대학생 이채환(22) 씨 역시 부산의 대표적 유흥가인 연제구 연산동에서 유흥 종사자들에게 호객행위를 자주 당한다. 이 씨는 “늦은 시간 집에 가는 길에 누군가가 접근하더니 ‘혼자서 왔냐’, ‘오늘은 싸게 쳐준다’는 등 다소 선정적인 말을 했다. 듣는 둥 마는 둥 지나치니, 욕을 거칠게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최근 이 씨는 부산역 부근에서도 호객행위를 당했다. 이른 아침, 서울에 가기 위해 부산역에 도착한 이 씨에게 대기하고 있던 ‘그 사람들’이 접근했던 것이다. 이 씨는 “타지 사람들도 많이 오가는 부산역 앞에서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의 호객행위가 말이나 되는 소린가”라고 말했다.

식품위생법 제44조에는 “식품접객영업자는 호객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호객행위를 해오고 있다. 금정경찰서 생활질서계 전병구 경사는 “최근 연말과 연초 사이에 호객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호객행위를 하다 적발된 유흥업소에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경찰의 순찰 시간에는 호객꾼들이 피해 다녀 적발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경사는 경찰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한 호객꾼들을 단속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호객꾼이 뻔한 사람들에게는 들어가라고 유도한다. 전 경사는 “그들은 그 순간에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느냐, 날도 추운데 그 쪽이나 들어가라’고 되받아 치더라”고 말했다.

▲ 유흥업소 입구마다 부착되어 있는 포스터(사진: 취재기자 김동욱).

지난 해, 금정구청과 유흥업부산지회는 합동으로 호객행위를 근절하자는 포스터를 유흥업소 입구에 붙이는 대책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서동 부녀회원 권태호(53, 여) 씨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산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안옥점(49) 씨 역시 권 씨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안 씨는 “집 근처에 유흥주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학생들도 지나다니는 길에 호객행위는 근절되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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