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육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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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교육을 한다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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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열린 교육

미국 영화에 보면 미국 고등학교의 모습이 나오는데 미국 고등학생들 모습을 보면 참 자유분방하게 보입니다. 학교생활이 참 즐거워 보입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학생들은 공부에는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파티나 연애, 노는 데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미국의 고등학교 공부는 참 쉽기 때문에 우리처럼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부러운 건 그들은 실용교육·적성교육·인성교육을 위주로 한다지요. 한마디로 그들은 우리처럼 막힌 교육이 아니라 열린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열린 교육이라는 것이 바로 저런 자유분방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열린 마음으로 하는 교육을 열린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열린 교육을 그렇게 보고 부러워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열린 교육의 꽉 막힌 허상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싸구려 열린 교육

하지만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보고 있는 열린 교육이란 사실 싸구려 교육이기 쉽습니다. 싸구려 방종 교육이 미국식 개방 교육이라는 열린 교육의 모습으로 아주 근사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 있습니다. <열린 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와 <부자 교육 가난한 교육>입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교수인 황용길 박사는 이 책들에서 미국식 열린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그 허상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1998년도 미국 대입수능 시험에서 열린 교육을 한다는 공립 고교와 엘리트 교육을 하는 사립고교의 점수 차이는 100점에 달하며, 이 같은 차이는 당해 연도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난 100여 년간 이어져온 지속적 현상이랍니다. 그 결과 사립 출신들이 명문대학에 무더기로 들어가며 미국을 이끌어 가는 인재로 성장한답니다. 반면에 히스패닉과 흑인들은 열린 교육을 한다는 공립학교에 다니지만 건성으로 학교에 다니며 부랑아로 크기 쉽답니다.

닫힌 교육의 의미

원래 열린 교육이란 학생에 대한 존중심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입니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 달리, 교육에 대한 분명한 비전 없이 자유분방하게 내깔려 두는 교육이 열린 교육이기 쉽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걸 다 해주는 건 열린 교육이 아니라 무책임한 방종 교육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의 싸구려 교육을 몰아내고 엘리트 교육을 본받자는 것은 아니지요. 단 ‘철학 없는' 열린 교육이 아니라 ‘생각 있는' 닫힌 교육을 해야 합니다. 닫힌 교육이란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는 목적 이외 다른 요인들이 침범할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을 가진 교육을 말합니다. 이러한 닫힌 교육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가야할 길로 돌보며 이끌 수 있지요.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지금 이러한 사고·행동에서 앞으로 저러한 사고·행동으로의 전환에 있습니다. 애당초 원하지 않았던 걸 바라게 하는 게 교육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전환을 위해서 그냥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해야 할 대로 이끌고, 보살피며, 때론 다그치기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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