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에 '캐나다구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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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사이에 '캐나다구스' 열풍
  • 취재기자 손병준
  • 승인 2014.01.1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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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대 패딩점퍼.... 부모 괴롭혀 '등골브레이커'별명도

대학가에는 해외 유명 명품 중에서 아직 국내에 매장이 없는 브랜드를 모아서 파는 이른바 ‘편집샵’이 있다. 부산의 경성대 앞 대학가 어느 편집샵에는 신발부터 옷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는 항상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그런데 고객 중 몇몇의 중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어떤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그 제품은 바로 얼마 전부터 한국에 선보이기 시작한 ‘캐나다구스(Canada Goose)’라는 패딩점퍼다. 그런데 학생들은 옷을 서로 돌아가면서 입어보기만 할 뿐 막상 사지는 않고 가게를 나간다. 캐나다구스 가격표에 쓰인 금액은 무려 119만 8000원이다. 그 중학생들은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 어깨 부분에 마크가 있고 고급스런 털모자가 달려 있는 제품이 바로 캐나다구스 패딩이다 (사진: 취재기자 손병준).

중학생들이 사지 못할 캐나다구스를 보러 일부러 매장에 와서 한번씩 입어본 이유가 있다. 최근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청소년들 사이에 ‘교복’으로 불리며 유행했던 ‘노스페이스’를 뛰어넘는 또 다른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노스페이스 ‘히말라야 시리즈’는 6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학생들이 이러한 고가 패딩을 입고 다니는 것이 여전히 사회 전체에 이슈가 되고 있다. 히말라야 패딩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가리켜 부모의 금전적 출혈을 강요해서 등골이 휘게 한다고 해서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심상치 않게 몰려오고 있는 캐나다구스 열풍은 노스페이스와는 차원이 또 다르다. 그 가격이 무려 100만원을 넘고 있으며 히말라야 가격의 2배다. 캐나다구스가 ‘신 등골브레이커’로 등극하고 있는 것이다.

경성대 앞 편집샵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7) 씨는 캐나다구스가 성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간간히 청소년 고객들이 눈에 띈다고 했다. 김 씨는 “작년부터 캐나다구스 옷을 들여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5차 입고를 했어요. 올들어 손님들 중에서 고등학생 4명 정도가 사갔어요”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의 남포동과 광복동에서 패딩을 판매하고 있는 신모(31) 씨 역시 캐나다구스를 찾는 청소년 고객들을 자주 매장에서 만나고 있다. 신 씨는 “저희 매장 제품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주요 고객들은 30대 초에서 40대 후반의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겨울부터 캐나다구스가 유행을 타더니 중학생, 고등학생 손님들이 부모님과 같이 와서 옷을 보러 오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캐나다구스는 1957년, 스노우구스(Snow Goose)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5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캐나다구스 패딩은 캐나다 특유의 기후에 맞게 제작되어 왔다. 영하 30~40℃를 넘나드는 캐나다 유콘 준주(Yukon Territory), 노스웨스트 준주(Northwest Territory), 누나부트 준주(Nunavut Territory)같이 알래스카에 인접한 지역의 거주자들이 혹한에 견딜 수 있도록 보온성과 생존을 위한 기능성 의류로 제조된 것이 바로 캐나다구스인 것이다. 이처럼 기능성을 바탕으로 산악 구조대, 경찰, 군인을 대상으로 패딩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캐나다구스는 뛰어난 보온성으로 인해 극지방 원정대나 연구가, 그리고 전문 산악 등반인들로부터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캐나다구스 제품 중 칠리왁 봄버(Chilliwack Bomber)와 엑스페디션(Expedition), 이렇게 2개의 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엑스페디션 파커는 120만원대이며, 칠리왁 봄버는 90만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캐나다구스가 비싼 이유는 다름 아닌 인건비 때문이다. 캐나다구스패딩은 오로지 캐나다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고가의 캐나다 인건비가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가의 캐나다구스 패딩을 학생들이 등굣길에 입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에 캐나다구스를 구입한 고등학생 이모(18) 군은 “작년에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 맘에 들어 사게 됐어요. 겨울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못 입고 있었는데 오늘은 추운 것 같아 입고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가의 캐나다구스 패딩을 청소년들이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19) 군은 “100만원 짜리 패딩을 고등학생이 입고 다니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올해 몇몇 애들이 입고 나오더니, 이젠 입고 다니는 애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임모(25) 씨는 “서울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고등학생들이 캐나다구스를 입고 있는 다니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나는 돈이 없어서 절대로 캐나다구스를 살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부산의 초등학교 교사 강모(50) 씨는 "요즘 중고생들은 경제관념이 뚜렷하지 못한 것 같아요. 집안 형편도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의 떼쓰기로 부모님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입는 아이나 사주는 부모나 모두 철이 없어도 한참 없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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