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이 쏘아 올린 페미니즘 논란…유아인, '자칭 페미니스트' 진영과 팽팽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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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이 쏘아 올린 페미니즘 논란…유아인, '자칭 페미니스트' 진영과 팽팽한 설전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11.28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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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악플 세례에도 꿋꿋한 소신 "'부당한 폭도' 무리가 여성 존엄 먹칠하지 않기를" / 정인혜 기자
배우 유아인(사진: 유아인 페이스북).

배우 유아인의 ‘SNS 대첩’이 화력을 더해가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누리꾼들과 ‘페미니즘’을 둘러싼 언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아인은 평소 정치적 견해를 포함한 자신의 의견을 SNS를 통해 밝히는 데 거침없는 스타로 꼽힌다. 때로는 통쾌한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환호를 사기도 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여러 번 있다. 다만 이번처럼 네티즌들과 장시간 설전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아인의 트위터가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 때는 지난 24일. 유아인은 한 네티즌이 “유아인은 20m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사람”이라고 쓴 글을 인용,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긋)”이라고 답장했다.

농담으로 건넨 듯 보이지만, 해당 발언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한 네티즌은 “그냥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고 한 말인데 애호박으로 때린다니...‘한남 돋는다’”는 댓글을 남겼다. 여기서 ‘한남’이란 ‘한국 남자’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벌레 ‘충’자와 더해져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 이는 한국 남성 전체를 싸잡아서 비하하는 속어로 남성혐오를 하는 사람들이 한국 남성 전체를 비하할 때 사용한다.

이에 유아인은 “그냥 한 말에, 그냥 한 말씀 놀아드렸는데 아니 글쎄 한남이라(코 찡긋) 잔다르크 돋으시네요. 그만 싸우고 좀 놉시다”라고 받아쳤다.

으레 팬들과 설전을 벌이는 연예인들은 대개 먼저 고개를 숙인다. 앞서 ‘악플과의 전쟁’을 선언한 정준하가 네티즌들에게 “기대해”와 같은 댓글을 남기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지만, 비판 여론에 거세게 일자 이내 사과했다.

하지만 유아인은 굽히지 않았고, 꾸준히 받아쳤다. 논란 발생의 배경이 된 SNS 트위터는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SNS 중 하나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자처한 네티즌들은 유아인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급기야 '#트위터_내_유아인_OUT'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이는 곧 유아인을 옹호하는 진영과 자칭 ‘페미니스트’ 진영과의 집단 싸움으로 번졌다. 유아인의 기세는 한결 더 날카로워졌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가만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에 유아인은 “너는 왜 가만히 안 있니. 반이라도 가지”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쓸데 없는 말해서 신세 조진다”는 댓글에는 “내 신세, 네 신세? 뭐가 더 나은 신세일까”라고 날을 세웠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는 금기시되는 발언이 다수 쏟아졌지만, 어쩐지 ‘일부 네티즌’을 제외한 대중은 유아인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유아인 SNS 관련 기사에는 그의 발언을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유아인 SNS 설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에 등장하는 '메오후'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을 일컫는 네티즌들의 속어다(사진: 네이트 캡처).

한 네티즌은 “유아인이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이 뭐 있나. 굳이 싫은 사람의 SNS에 들어가서 자기 시간과 에너지 낭비해가면서 시비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무슨 일만 있으면 남녀 성대결 프레임을 씌워서 욕하는 사람들이 요즘 참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아인은 ‘성차별주의자’라는 공격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유아인은 “나는 보수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누나 둘을 가진 막내아들이자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야 할 장남으로 한 집안에 태어나 ‘차별적 사랑’을 감당하며 살았다”며 “제삿날이면 엄마는 제수(祭需)를 차리느라 허리가 휘고, 아빠는 병풍을 펼치고 지방(紙榜)을 쓰느라 허세를 핀다. 이건 ‘이상하고 불평등한 역할 놀이’였다”고 성차별적 상황을 보는 시각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나는 ‘엄마’의 자궁에 잉태되어 그녀의 고통으로 세상의 빛을 본 인간이다. 그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서 뻔뻔하게 살아갈 재간이 없다”며 “우리 엄마는 해방되어야 한다. 우리는 (성별 간의) ‘전쟁’을 멈추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아인은 27일에도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을 ‘부당한 폭도의 무리’라 명명, 비판에 열을 올렸다. 여성의 인권 신장이 남성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주장의 맥락이다.

유아인은 이날 트위터에 “진정 본인들이 스스로와 피해 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집단 폭력의 대응으로 공허한 ‘정신 승리’ 그만 하시고, ‘정신’ 차리고 진정한 승리를 이루길 바란다”며 “세상의 모든 다른 존재들이 평등을 이루는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여성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유아인은 “정상적 사고와 인격을 가진 모든 여성분께 호소한다”며 “부당한 폭도의 무리가 ‘여성’의 명예와 존엄함을 먹칠하는 현재의 상황을 방관하지 말라. 있는 힘을 다해 돕겠다”고 썼다.

유아인의 트위터에 네티즌들은 “남자나 여자나 제발 나눠서 싸우지 좀 말았으면”, “유아인이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의미를 알려주네”, “페미니스트를 가장해 증오를 보여주는 일부 인간들은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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