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제작 드라마의 아이러니...'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SNS의 실시간 비판에 불통 역풍 맞아
상태바
사전 제작 드라마의 아이러니...'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SNS의 실시간 비판에 불통 역풍 맞아
  • 부산시 남구 정지수
  • 승인 2017.11.26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산시 남구 정지수

지난 11월 16일,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종영을 맞이했다. 예지몽을 꾸는 남녀와 그 꿈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였다. 예지몽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는 수지와 이종석의 주연으로 화제몰이를 했다. 하지만 최고 시청률은 9.7%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한 채 종영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첫날인 11월 1일 오전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수지가 인천대교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참석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특히 이 드라마는 ‘사전 제작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사전 제작 드라마는 무언가 완성도가 높아서 사람들이 더 좋아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 등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전 제작 드라마에 열광한 건 <태양의 후예> 이후부터였다. 세계에 다시 한류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을 받은 <태양의 후예>는 국내에서만 시청률 38%를 넘기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생방송 수준’이라는 농담이 오가는 한국 드라마계에서 사전 제작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사전 제작 드라마의 실패 요인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사전 제작이란 상황이 부작용 비슷하게 드라마에 작용한다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사전 제작 드라마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의 대본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촘촘해진다. 드라마에 엄청난 디테일이 더해진다. 그런데 이게 드라마의 느린 전개와 진부한 이야기라는 결과를 낳는다. <당신의 잠든 사이에>에서 사람들은 예지몽의 복잡한 전개를 이해하지 못했고, <함부로 애틋하게>의 정통 신파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리고 수 억의 제작비를 들여서 사전 제작된 <사임당>은 준비가 많았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 준 느낌은 진부하다는 것이었다.

사전 제작 드라마는 묘하게 SNS라는 실시간 반응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드라마는 이미 ‘완성도 있게’ 사전에 제작되었고, 방영된 시점에서 시청자들은 SNS에 시시콜콜한 비평을 늘어놓는다. 어떤 비평은 의미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SNS 실시간 비평들은 순간적이고 깊이가 없다. 문제는 이런 비평들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다수 의견이 되고, 이게 순식간에 여론이 되어, 드라마를 죽이고 살린다. 그러나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청자들의 SNS 입소문에 일일이 대처하지 못한다. 사전 제작되었으므로 그냥 가야한다. 양방향 소통도 시원찮은 시대에 사전 제작 드라마는 일종의 일방동행이 되는 것이다. 그게 더욱 부정적 여론을 키우고, 급기야는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을 막으면서, 드라마 시청률은 급락하고 만다.

예를 들어, <함부로 애틋하게>의 극중 배경은 겨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된 건 초여름이었다.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맨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우리는 땀을 흘리는 느낌으로 봐야 했다. 이걸 어떤 사람이 SNS에 방영 시점을 잘못 선택했다고 꼬집으면, 그대로 드라마는 괜히 욕을 먹는다. 또한 사전 제작 드라마였던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도 비슷한 경우를 겪어야했다. 배우 홍종현의 화장이 너무 진하다는 피드백이 방영 후에 SNS에 떴다. 사전 제작 드라마의 특성상 배우의 화장은 고쳐지지 않는다. 이 여론이 대세가 되면서 이 드라마는 그대로 안티팬들의 욕을 들어야 했다.

과거 드라마들은 일부만 사전 제작하고 대부분은 1-2주 앞서서 제작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날그날 쪽 대본이 나온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방송 드라마는 SNS에서 사람들이 배우, 줄거리 등 무엇이든 비판이 나오면 즉각즉각 수정하는 순발력으로 먹고 살았고, 상당 부분 그게 먹혔다. 드라마는 곧 시청자의 순간적인 입맛에 따라갔다. 심지어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계획했던 드라마의 스토리도 바꿨다. SNS가 발달한 소통의 시대에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향적인 사전 제작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 의견을 무시한다는 불통의 역풍을 맞고 있다.

한 사전 제작 드라마 PD는 제작 단계에서 여주인공의 연기력을 부각시키는 언론플레이를 벌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되자, 정작 그 여주인공은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듯 사전 제작 드라마는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는 높일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을 기만했다거나 배신했다는 뒷담화에 시달린다. 요즘 시청자들은 수많은 채널 속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사전 제작 드라마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생방송’ 제작하자니 극중 완성도가 떨어지고, 사전 제작하자니 시청자들의 실시간 소통을 따라가지 못한다. 요새 국내 드라마 시장은 갈길을 못찾고 방황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