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사라진 세상에서 인류 구하는 건 사랑과 희망”...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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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라진 세상에서 인류 구하는 건 사랑과 희망”...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를 보고
  • 부산진구 황혜리
  • 승인 2017.11.24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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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구 황혜리

로이스 로우리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더 기버>는 모든 것이 통제된 완벽한 사회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쟁, 기아, 차별, 폭력과 같은 모든 갈등의 요소가 제거되어 있고, 색깔, 감정, 음악, 춤 등 모든 것이 사라진 사회이다. 가족 역시 모두 똑같은 형태이며 매우 인위적으로 구성된다. 열여섯 살이 되면 사회 구성원들은 '위원회'로부터 직위를 받게 된다. 16년 동안 위원회는 모든 학생들을 면밀하게 지켜보며 이들이 과연 어떤 직위에 적성이 맞는지 판단한다. 그리고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직위를 배정해준다.

<더 기버>에서 수석 원로 역을 맡은 메릴 스티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주인공 조너스는 졸업식 날, '기억 보유자'라는 전혀 뜻밖의 직위를 받게 된다. 현재 조너스의 사회에서는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삭제된 상태이지만 기억 보유자만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선임 기억 보유자는 '기억 전달자'가 되어 차기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에게 다양한 기억들을 전달해 준다. 조너스는 가족과 집에 대한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가족의 개념을 익히게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아픔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 동안 이러한 요소가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만큼 조너스는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전쟁의 기억을 전달받을 때는 기억 보유자의 직위를 포기하려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진정한 감정'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조너스는 이러한 요소들이 존재하는 사회가 더 진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사건을 계기로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와의 의논 끝에 모든 기억을 한 번에 전달 받는다. 커뮤니티에 다시 감정을 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보육사의 직위를 얻고 살아가고 있는 친구 피오나의 도움으로 어느 날 밤, 몰래 떠나지만 여정은 매우 길고 험하다. 과연 이들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기억을 전달하고 감정을 되살려 줄 수 있을까. 나머지는 직접 영화를 감상하고 확인하시라.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수석 원로와 기억 전달자가 대립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오나와 조너스를 찾아서 임무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수석 원로에게 기억 전달자는 말한다. “사랑은 믿음과 희망을 주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단지 이성간의 이끌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이성, 심지어는 반려동물에게까지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그 어떠한 차별도 없는 사회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결핍된 것은 바로 감정이 아닐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위대한 것은 감정’이라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앞에서 언급했듯, 로이스 로우리의 소설 <더 기버>가 원작이지만, 나는 3년 전,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접했다. 소설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영화가 왜 흑백으로 시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흑백에서 나타나는 컬러에서 묘하게 느껴지는 희열감이 있었다. 흑백과 컬러의 대조는 바로 인간이 감정 유무를 의미하는 듯했다.

영화는 휴머니티와 사랑의 결핍이 얼마나 인류에게 위험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사랑과 배려에 메마르고, 질시와 증오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사람의 희망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치고 힘든 사람일수록 이 영화로부터 얻는 게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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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17-11-26 11:52:52
이름 검색해보니 학생같은데 정말 말을 조리있게 잘하네요ㅎㅎ 글쓴거 다 읽어봤어요~ 앞으로도 숨겨진 명작들 많이 소개해주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