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능 이모저모] "선배님 파이팅!" 후배 응원에 긴장감 녹인 수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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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능 이모저모] "선배님 파이팅!" 후배 응원에 긴장감 녹인 수험생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1.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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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두고 온 학생에게 부모가 고사장까지 긴급 공수...시험 마친 학생들 "게임하며 스트레스 풀 터" / 신예진 기자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전 부산 중앙여고에서 수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후배들과 선생님이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 영상기자 성민선).

“하나, 둘, 셋, 혜화 파이팅”, "수능 대박!"

어김없이 '수능 한파'가 몰아친 23일,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전국 각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부산 중앙여자고등학교는 수험생들과 학부모, 응원하는 후배, 선생님 등으로 북적였다. 당연히 눈길을 끈 것은 매서운 추위를 녹이는 후배들의 열띤 응원. 학교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한 목소리로 목청껏 학교 이름을 외치는 후배들의 응원은 교문을 들어서는 선배들의 긴장된 마음을 다독이기에 충분했다.

수능 응원을 위해 새벽 4시부터 찾아왔다는 연제고등학교 학생들은 연신 웃는 얼굴로 선배들을 반겼다. 학생들은 떨리는 듯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들어서는 선배들에게 따뜻한 핫팩을 건넸다. 연제고 부회장 이수민 양은 “선배님들이 아는 것은 다 풀고 모르는 것은 다 찍어서 꼭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수험장을 찾은 학생들은 교문에 들어서기 전 부모와 포옹을 잊지 않았다. 부모들은 그간 고생한 아이를 힘차게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딸을 바래다 주러 온 학부모 오지숙 씨는 수험장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손에 물 한 병을 쥐여줬다. 오 씨는 “윤지야, 몇 년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고, 오늘 수능 대박 나길 바란다”며 “정말 사랑하고 고맙다”고 딸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남색 도시락 가방을 손에 든 한 학생은 아쉬운 듯 교문 문턱을 넘고도 뒤를 돌아 같이 온 어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빨리 들어가라고 손짓하면서,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는 두 손을 모은 채 학교 앞을 서성이거나 담벼락 너머로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전 부산 중앙여고에서 한 교사가 공부하느라 고생한 수험생의 등을 토닥이고 있다(사진: 영상기자 성민선).

교사들도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들의 손을 연신 어루만지며 힘을 전했다. 학산여고 이상윤 교사는 “수능이 일주일 연기돼 학생들이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배운 실력 잘 발휘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사는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의 명단을 준비해 한 명 한 명 체크했다. 그는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확인 전화를 하느라 분주했다. 하얀 롱패딩을 입은 학생이 등장하자, 그는 “휴대폰이 꺼져 있길래 너 자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왔으니 다행이야. 오늘 파이팅 하자!”라고 응원했다.

물건을 집에 놓고 와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도 있었다. 수험장에 짐을 풀고 친구와 다시 교문 밖으로 뛰어나온 한 학생은 “선생님, 신분증을 놔두고 왔어요!”라고 담당 교사에게 외쳤다. 입실 마감 시간을 20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학생의 부모가 수험생의 신분증을 신속하게 고사장에 전달해 우려할 만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8시 10분, 입실 시간이 마감돼 관계자들은 교문을 닫았다. 다행히 이날 경찰차를 타고 급하게 수험장으로 들어서거나, 지각해 입실하지 못한 수험생은 없었다. 수험생을 응원하던 교사와 후배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여전히 교문 앞을 서성이며 발을 떼지 못했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후 부산 대연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영상기자 성민선).

이어 이날 오후 4시, 부산 남구에 위치한 대연고등학교 교문 앞은 시험을 마치고 나올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추운 날씨 탓에 학부모들은 두 손을 모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시계를 확인했다. 학부모 이미연(45, 부산시 남구) 씨는 “날씨는 춥지만, 시험 끝난 아이들의 마음은 춥지 않길 바란다”며 “시험을 잘 쳤든 못 쳤든 수고했으니 꼭 안아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4시 30분이 되자 관계자들은 교문을 열었고, 학교 앞의 학부모들은 “곧 나오겠네”, “누가 일등으로 나올까”, “아이고 드디어 끝났네”라고 웅성거렸다. 초조한 듯 주변을 맴돌던 한 학부모는 아이의 얼굴이 보이자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시험을 치고 나온 아이의 가방을 받아들고 “수고했다. 저녁 먹으러 가자”며 아이의 손을 이끌었다. 몇몇 학부모들은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후 부산 대연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이의 가방을 받아들고 있다(사진: 영상기자 성민선).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수험장을 벗어나며 우렁차게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중앙고에 재학 중인 김나운 군은 “언어와 수리는 잘 쳤는데 과학탐구는 망한 것 같다”며 “친구들과 PC방 가서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동천고에 재학 중인 문준우 군은 “평소 모의고사 치던 것보다 수능을 더 잘 본 것 같다”며 가벼운 얼굴로 교문 밖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문 군은 기자가 ‘수능이 끝난 오늘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묻자 “KFC에서 치킨을 2배로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며 “친구들과 지금 치킨을 먹으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 전문가들이 이번 수능을 다소 어렵다고 평가한대로 어두운 표정으로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천천히 교문을 빠져 한 학생은 마중 나온 어머니를 보더니 “나 망친 것 같다”고 울먹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괜찮다, 이미 끝난 거 뭐”라고 위로하며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삼수생 윤재필(21) 씨는 “올해 수능은 정말 어려웠다”며 “현역 때보다 더 떨었다”고 토로했다. 윤 씨는 “친구들과 그간 못 마신 술이나 마시러 갈 것”이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2018년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수능 성적표는 오는 12월 12일에 받게 된다. 재학생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졸업생이나 검정고시생 등은 원서 접수 기관에서 성적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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