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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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을 맞으며...
  • 정일형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12.3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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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계사년을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14년 갑오년이다. 올 한 해를 시작할 때 뱀(巳)의 해이자 검정색과 물의 의미를 가진 계(癸)가 합쳐져 ‘검은 뱀’, ‘충돌과 조화’ 속에서의 ‘새로운 시작’ 등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런 예측들 때문인지 올 한 해 다양한 이질적인 기운들의 충돌이 있었고, 나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아직 미완의 상태로 여전히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많지만 그만큼 우리는 역동적으로 개인의 삶을 살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시점이 되었다.

2014년은 갑오년 말띠의 해라고 한다. 태양을 상징하는 10간과 땅의 동물을 상징하는 12지가 합쳐져 만들어내는 60갑자 중에 31번째에 해당하고 갑(甲)은 청(靑)의 의미를 가졌다고 하여 ‘청마(靑馬)’ 또는 ‘파란 말’의 해라고 한다. 더욱이 말은 건강, 강인함, 역동성, 성공, 승승장구 등의 의미를 가졌으니 그야말로 2014년은 올 해의 어두웠던 일들이 말 특유의 생동감으로 잘 해결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해마다 첫 날이 되면 사람들은 해가 뜨는 쪽을 향해 해맞이를 떠난다. 워낙 해맞이가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다보니 사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다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런데 여기저기 외국 여행도 다녀보고, 또 새해 첫 날 세계의 뉴스를 접해 봐도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독특한 행사인 것 같다. 대부분의 세계 뉴스는 12월 31일과 1월 1일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며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행사가 끝난다. 반면 우리는 그와 비슷한 행사를 각 지역의 대표 장소에서 타종행사를 통해 알린 후, 바로 동해로 해맞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상을 대표하듯이 다양한 해맞이 상품들이 쏟아지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독도 근처에서 배를 타고 해맞이를 하는 상품까지 있다. 이밖에도 정동진, 간절곶, 호미곶 등 유명한 해맞이 장소들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부산시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 광안대교 상판의 교통을 통제하고 해맞이 장소로 개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런 해맞이 풍습은 언제부터 생겨나서 우리 민족 고유의 유전자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사료를 뒤져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연오랑 세오녀(延烏郞 細烏女)> 설화다. 원전이 기록되었다고 전해지는 <수이전(殊異傳)>이라는 책 자체는 현재 전하지 않고 있지만, <삼국유사>와 <필원잡기>에 수록되어 전하는 설화로 알려져 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대략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즉위 4년(157년) 동해(東海)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미역을 따러 올라섰는데 바위가 움직이더니 연오랑을 싣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연오랑을 본 일본 사람들은 그를 신이 보냈다고 여기고 왕으로 섬겼다. 세오녀는 남편을 찾다가 마찬가지로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그러자 신라에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고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말에 따라 사신을 보내 두 사람을 청했으나 연오랑은 하늘의 뜻이라며 돌아 갈 수 없다 하고 세오녀가 짠 고운 비단을 주며 이것으로 제사를 지내라 하였다. 그 말대로 제사를 지내니 다시 해와 달이 빛났다. 이때 제사를 지낸 곳이 ‘영일현(迎日縣)’이라고 전해진다(인터넷 위키백과에서 가져옴).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신라’라는 부족 연맹체의 결집을 강조하려는 집권층의 다분한 의도가 반영된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해석이야 어떻든 대대로 태양을 숭배하고 중요시하던 세계 공통의 문화들 중에서 유독 해가 돋는 풍경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직접 해를 맞이하러 가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해를 맞는 우리의 풍습이 중요한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2014년 새해에도 여지없이 사람들은 해를 맞으러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한다. 직접 몸이 이동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역시 해를 맞이하러 수도 없이 떠날 것이다. 그 와중에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민족 깊숙이 자리 잡은 이 역동성, 적극성이 일회용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늘 우리는 빨리 달아오르고 또 그보다 빨리 식는 것 같다. 1월 1일만이 아니라 1년 365일 해를 맞는 벅찬 기운으로 정치, 사회 문제들을 대하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 모두가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시빅뉴스 독자들 모두에게 가득한 희망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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