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22만명 몰린 '지스타 2017'은 쓰레기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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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22만명 몰린 '지스타 2017'은 쓰레기 천국
  • 취재기자 김태우
  • 승인 2017.11.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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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매표소엔 종이 박스·신문지·돗자리 너저분...음식물 찌꺼기도 예사로 버려 '시민의식 실종' / 김태우 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이 나흘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지난 19일 폐막했다. 개막 전 지진의 여파로 관람객이 대폭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려 22만 5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작년 21만 9000여 명에 비해 약 2.8% 증가한 수치다.

지스타 2017이 열리고 있는 벡스코 매표소 앞에는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하지만 많은 인파가 몰린 탓인지 행사장 입구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굴어 이번 행사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벡스코에서 올해 9회째 지스타가 열렸지만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자칫 벡스코의 이미지 손상으로 차기 전시회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매표소 앞의 쓰레기 투기가 심했다. 관람객들이 입장권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장시간 기다리면서 방석으로 사용한 종이 박스 등을 그대로 두고가는 바람에 쓰레기로 전락한 것이다. 한 관람객은 “입장권을 사려고 8시간 기다렸다”며 “사람들이 종이 박스나 스티로폼, 천막 등을 가져와 깔고 앉아 있다가 그대로 버려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스타 행사장 입구에는 시민들이 깔고 앉았던 박스나 신문지들이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앉아서 매표 순서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입장권 판매가 시작되자 박스, 신문지, 돗자리 등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이 때문에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이런 쓰레기들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야 했다. 아이와 함께 지스타를 방문한 신모(4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무렇게나 신문지나 비닐 같은 걸 버려두니까 아이가 이를 밟고 넘어질 뻔 했다”며 화를 냈다.

지스타 행사장 입구네는 시민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 과자봉지 등도 널부러져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또, 일부 관람객은 주변 편의점과 올해부터 설치된 푸드트럭 등에서 밥과 간식을 사먹은 뒤 음식물 찌꺼기가 든 1회용 도시락과 컵라면 용기를 버려둔 채 자리를 옮겼고, 뒤 따라오던 시민들은 이런 장면을 지켜보면서 혀를 찼다. 2009년부터 매년 지스타를 방문했다는 최겸은(25, 부산시 진구) 씨는 “사람들이 줄을 선 채 살림을 차려놓다시피 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쓰레기’란 혹평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인 친구와 함께 온 김모(29, 부산시 수영구) 씨도 “쓰레기장 같은 모습을 보고 친구가 많이 놀랐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매표소 근처에 쓰레기가 집중되다보니 벡스코 측은 외부 쓰레기통의 3분의 1정도인 10개를 이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쓰레기통과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렸고, 심지어 지나가는 길에 쓰레기통이 있어도 아예 쓰레기를 치우지도 않고 자리를 뜨는 경우도 많았다.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통을 끌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수시로 버려지는 쓰레기를 제때 수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와중에 쓰레기통에 음식물이 든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도 있었다. 한 미화원은 “어떻게 시민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하며 한숨을 쉬었다.

1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해왔다는 전모 씨는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양심없는 시민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관람객들이 더 신경을 좀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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