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으로 변신한 해운대 구남로, 교통 안전은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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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으로 변신한 해운대 구남로, 교통 안전은 '낙제점'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7.11.22 0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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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 줄여 만성 체증에 무단횡단 늘어 사고 위험..."인도턱 높이고 교통 안내 강화해야" / 박찬영 기자

차로에서 보행자 중심의 문화 광장으로 탄생한 해운대 구남로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처음 광장을 조성할 때 명품 문화광장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던 것처럼 많은 행사와 이벤트 등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시민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부산의 지하철 해운대역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의 길인 구남로 광장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부산 해운대 구남로는 원래 해운대해수욕장과 구 해운대역을 잇는 4차선 도로였다. 지난 7월, 해운대구는 도로 중앙에 폭 30m, 길이 490m 규모의 문화광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광장이 들어선 후 광장 양 옆으로 난 차도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구남로의 차도가 좁아지자, 운전자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이주용 (4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광장이 생기면서 차도의 폭이 매우 좁아졌고 그로 인한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며 “자주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제 퇴근 시간대에는 지나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행자들의 무단횡단도 운전자들을 아찔하게 만든다. 옛 구남로가 차도였기 때문에 인도와 인도를 잇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구남로 광장이 생긴 후 사람들의 횡단보도 이용이 줄었다. 도로가 좁아지자 광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인도로 이동하곤 했다. 횡단보도의 중심에 광장이 있다보니 심지어는 빨간불인 횡단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사람도 많았다. 박철서(50) 씨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보행자들이 있어서 운전하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서로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빨간 신호등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차도를 지나가는 사람 때문에 차도에서 정차해 있는 차량(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보행자들도 복잡해진 거리에 불편을 호소했다. 서은영(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사람들이 횡단보도보다는 광장을 가로질러 맞은 편 인도로 건너간다”며 “차가 다니는 도로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거리가 더 혼잡해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윤선(22) 씨는 “광장이 생긴 후 오히려 잘 안 가게 된다”며 “문화광장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여러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이곳에 광장을 만들어야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기 위해 인도턱을 15cm에서 5cm로 줄이다보니 차량들이 인도를 넘어 불법 유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를 모두 단속하기란 어려웠다. 예산 38억 원이 들어간 광장이지만, 도시디자인 부분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안전성 부분은 부실했던 것이다. 

구남로의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화분이 줄지어 설치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지난 6월에도 해수욕장 개장 이후에도 구남로 광장의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오랜 공사 이후 광장은 조성됐지만, 가로수 하나 없이 허허벌판인 광장의 도시디자인으로 구남로 광장은 사람들의 불평을 들었다.  

그렇다고 문화광장의 역할을 아예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말부터 10월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오후 5~10시에 작가존, 핸드 메이드존, 체험존 등으로 구성된 구남로 아트마켓도 운영됐다. 이 외에도 8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시작으로 9월 구남로 버스킹 페스티벌과 부산 퀴어 문화 축제, 10월에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이 진행됐다. 특히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다양한 체험 부스와 많은 볼거리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구남로 문화광장에는 2개의 뮤직존과 1개의 퍼포먼스존 등 총 3개의 버스킹존이 설치돼 있으며, 버스킹존은 해운대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승인받은 버스커들은 오후 1~9시에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버스커들 뿐만 아니라, 구남로 광장에서 축제, 공연 등 문화행사를 하려는 주민은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로 문의하면 광장을 이용할 수 있다. 강서연(21) 씨는 “구남로 광장에서 댄스팀 공연을 했다”며 “넓고 접근성이 좋아서 공연할 때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구남로 광장에서 댄스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사진: 강서연 씨 제공).

해운대구가 문화광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남로 광장이 목표로 한 ‘명품 문화광장’이 되기 위해선 안전에 더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주(35) 씨는 “아이들과 해운대에 바다를 보러갈 때 광장을 지나가다보면 볼거리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아이가 이리저리 잘 뛰어다니다보니 (위험해서) 마음껏 뛰어놀게는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정회(43) 씨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턱이 작다 보니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광장 옆 차도를 지날 때는 차들이 느리게 주행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빛 축제에 배치될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한편 12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구남로 광장에서 2017 ‘해운대라꼬’ 빛 축제가 개최된다. 현재도 구남로 광장에 조형물들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빛으로 그린 겨울 풍경, 그 겨울 해운대에 빛이 내리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12월 1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3개월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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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2017-11-22 23:47:16
화분 설치 이후 많이 나아졌습니다. 시민 의식의 문제가 심각한 것이지 계획상의 미흡이라 보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턱이 15센티가 되어도 광장 넓다고 불법유턴할 사람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