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 묻어나는 '필름 카메라', 아날로그 열풍 타고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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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 묻어나는 '필름 카메라', 아날로그 열풍 타고 인기몰이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7.11.20 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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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진보다는 자연스러워서 좋아요”...판매량 43% 급증, 아날로그 효과 앱도 속속 등장 / 박지현 기자

대학생 황정경(22, 부산 북구) 씨는 얼마 전 유럽 여행을 가기 전 추억을 담기 위한 준비로 필름 카메라를 찾아 챙겼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반대로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것을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황 씨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황 씨는 “깨끗하고 완벽하게 나오는 요즘 카메라보다 자연스러운 빛 번짐이 있고, 꾸며지지 않은 거친 질감의 필름 카메라가 더 좋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로 유럽 여행 중 찍은 사진(사진: 황정경 씨 제공)

최근 청년층들 사이에서 옛날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요즘 시대를 거스르고, 느리지만 그것 나름대로 매력 있는 예스러운 감성이 담긴 아날로그 문화 유행을 따라, 필름 카메라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고, 깔끔하고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지만, 젊은이들은 이 점을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매력으로 느끼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서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필름 카메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 늘었다고 발표했다.

필름 카메라 판매량이 늘면서, 필름 현상소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 중구에서 필름 현상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진 동호회에서 드문드문 필름을 들고 와 사진을 맡기곤 했었는데, 1~2년 사이에 갑자기 필름을 현상해 달라고 온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서울에서도 사진을 맡기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택배로도 필름을 보내어 현상을 부탁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의아해했다.

카메라 상점에는 아직도 필름 카메라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필름 카메라를 사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필름 카메라를 재현해 낸 일명 아날로그 필름 효과를 주는 카메라 앱들을 구매하는데, 이것 또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름 카메라 앱 중 가장 인기인 ‘구닥(Gudak Cam)’은 현재 16개국 전체 애플 앱 스토어 유료 인기 순위에서 1위와 3위 사이를 꾸준히 오가고 있다. 구닥 외에도 ‘후지’, ‘Calla’, ‘캔디필름mini’, ‘픽테일-retro’와 같은 필름 카메라 앱들도 연이어 출시돼 인기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는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27일 기준, 애플 앱 스토어 유료 앱 인기 순위 중 아날로그 카메라 앱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 애플 앱스토어 캡쳐).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앱 '구닥'의 소개 화면(사진: 애플 앱스토어 캡쳐).

SNS 인스타그램에서도 필름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시태그로 ‘구닥‘만 검색해도 게시글이 16만 개가 넘는다. 특히 인기 연예인들이 필름 카메라나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들을 많이 올리면서 연이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 필름카메라의 인기가 올라갔다.

평소 필름 카메라 앱을 많이 이용하는 김두경(22, 부산 사상구) 씨는 필름 카메라를 구할 수 없어 아쉽던 와중에 필름 카메라 앱 출시가 반가웠다며 “빛바랜 오래된 사진처럼 나와서, 현재를 마치 옛날처럼 느낄 수 있어 새롭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 앱 ‘구닥’으로 찍은 음식 사진(사진: 김두경 씨 제공)
필름 카메라 앱 ‘구닥’으로 찍은 야경 사진(사진: 김두경 씨 제공)

10월 7일자 투데이신문에 따르면, ‘구닥’ 앱을 창안해 낸 스크루바 회사의 조경민 이사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어떻게 하면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했다. 실제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사진 작가분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필름 카메라를 수천 장씩 인화하고 분석해 화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낼 수 있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한편 필름 카메라의 유행에 대해 부산 중구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포토그래퍼 박민우(가명) 씨는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는 것은 반갑지만, 원래 필름 카메라는 사실 그대로의 모습을 선명한 색감으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작법을 몰라서 잘못 찍혀 흐릿하게 나온 사진을 보고선 필름 카메라의 매력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사는 것 같다”며 "예전의 ‘허니버터칩’처럼 잠깐 반짝했다 사라지는 현상으로 끝날까봐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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