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건물, 언제 당할지 몰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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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건물, 언제 당할지 몰라 불안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11.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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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생활 주택 88%가 '필로티 건물'… 화재·지진에 취약하지만 대책 미비 / 정인혜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포항 소재 한 필로티 건물(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주목받고 있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1층에 기둥을 세워 비워놓고 2층부터 주택을 짓는 건축 양식이다. 면적이 협소한 빌라, 오피스텔에서는 대개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심하게 파손된 필로티 건물 사진이 SNS를 중심으로 퍼졌다.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원룸 사는 사람 중에 저 사진 보고 안 무서웠을 사람 없을 것”이라며 “요즘 거의 모든 원룸 주택이 다 필로티 건물인데 안전한 건지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필로티 건물은 지난 2002년 주택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소규모 상가 건물, 도시형 생활 주택 등에 광범위하게 필로티 구조가 적용되고 있다. 주차 공간 확보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선호도가 높아 대다수 신축 건물에서는 필로티 구조를 택한다.

다만 안전성 부분에서 수차례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지난 2015년 발생한 의정부 화재 사고를 계기로 필로티 구조가 재해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필로티 건물은 1층 주차장 안쪽에 입구가 있는 경우가 많아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나 진입이 어렵고, 지진이 나면 진동을 흡수할 벽이 없고 기둥만 있어서 붕괴 위험도 일반 주택보다 크다. 이번 지진으로 실제 파손된 필로티 건물이 나오면서 시민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듯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정치권에서도 필로티 건물 실태 조사에 나섰다. 16일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시형 생활 주택 안전 실태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 3933단지 가운데 1만 2321단지가 필로티 구조 건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도시형 생활 주택의 88%에 해당하는 수치다. 도시형 생활 주택은 젊은 층과 신혼부부 등 소가구의 전월세난을 덜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 건립된 주택이다.

광역 지방 자치단체별로는 부산에서는 필로티 구조로 건설된 건물 비율이 96.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 95.1%, 인천 93.4% 순이다.

윤 의원은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필로티 구조 허용 주거 정책이 지진 등 재해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번 재해로 인한 피해를 당하고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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