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투게더'의 '내 노래를 불러줘' 몰카는 방송 권력의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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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투게더'의 '내 노래를 불러줘' 몰카는 방송 권력의 남용
  • 부산광역시 김연수
  • 승인 2017.11.15 19:25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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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김연수

KBS <해피투게더>가 지난 7월 27일 새 코너를 선보였다. ‘내 노래를 불러줘’다. 노래방 잠복 버라이어티라는 ‘내 노래를 불러줘’ 코너는 제작진이 노래방 한 곳을 섭외해서 방 세 칸에 카메라를 설치해 둔다. 카메라는 노래방을 찾은 일반인을 몰래 촬영한다. 카메라를 통해 가수는 같은 건물 다른 공간에서 일반인을 관찰한다. 가수는 본인의 노래를 부르는 일반인을 발견하면 재빨리 그 방에 뛰어 들어가 일반인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내 노래를 불러줘’는 새롭지 않다. 모바일 방송 채널 딩고뮤직이 2015년 12월 처음 선보인 <노래방어택>이 추구한 ‘노래방에 가수가 깜짝 등장한다’는 콘셉트가 겹친다. <노래방 어택>은 1회가 처음 페이스북에 업로드됐을 때 3일 만에 조회 수 500만을 돌파한 딩고뮤직의 인기 콘텐츠다.

딩고뮤직의 <노래방 어택>은 가수 지망생인 주인공 한 명을 위한 몰카다. 제작진은 미리 주인공의 친구를 섭외한다.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코인 노래방에 간다. 친구가 슬쩍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수가 깜짝 방 안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선망하는 가수를 실제로 만나 함께 노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 노래를 불러줘'는 노래방을 찾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다. 노래방 손님은 자신의 모습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노래방 고객에게 카메라가 설치돼 있음을 미리 알려준다면 조작 방송이 된다.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연예인들이 옆 방에서 지켜보면서 웃고 떠드는 것을 안다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노래방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 노래를 불러줘'에서 찾아가는 대학가 노래방은 학생들이 좁디좁은 그 공간에서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찾는 곳이다. 그래서 방송국의 몰카는 사회의 문제인 몰카와 다를 게 없다.

'내 노래를 불러줘'는 미리 촬영 사실을 일반인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100% 완전 대박 리얼’임을 강조하고 있다(사진: TV 화면 촬영).

제작진으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중에 편집을 통해서 방송을 허락한 사람만 화면에 내보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이런 상황은 방송에 얼굴이 나오길 원치 않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가 몰래 촬영했다는 것만으로 이미 불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국 카메라라고 해서 무소불위한 권력을 가지는 게 아니다. 몰래 찍으면 그것이 몰카다. 만약 일반인이 영상을 제작한다는 구실로 노래방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자신을 몰래 촬영했다면? 그건 범죄다. 나중에 허락을 구한다고 한들 몰래 촬영당한 것을 영광으로 여길 사람도 없다. KBS라는 방송사가 가지는 신뢰를 일반인을 몰래 촬영하는 권력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피투게더>는 올해로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해피투게더>가 10년을 달려온 비결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한 대결 막상막하’, ‘퀴즈 속전속결’, ‘Love is’, ‘도레미 콩콩콩’, ‘도전 암기송’ 같은 코너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피투게더는 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해왔다.

그런데 <해피투게더>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여걸식스’ 같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KBS 예능 포맷을 그대로 가져와 방송했다. 그러던 중 새 코너라고 가지고 나온 게 ‘내 노래를 불러줘’다. 이마저도 딩고뮤직이 제작하는 <노래방 어택>을 따라한 듯해서 신선하지 않고, 일반인을 몰래 촬영해서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 찝찝함을 남긴다.

KBS 파업 여파로 <해피투게더>는 10월 19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계속 결방하고 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공영방송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몰카는 재밋거리가 아니다. 심각한 사회 문제다. 방송이 그런 몰카 형식을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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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인가 2018-01-29 00:13:10
cctv목적과 방송용으로 쓴거랑 같아요?

ㄴㄴㅇㅇㄴ 2017-12-17 05:05:58
근데 이미 거의 대부분의 모든 노래방에 CCTV가 설치되있는데.... 노래방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공간이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는건 동의할 수가 없네요 이미 CCTV가 있다는 사실로 매우 신경이 쓰이거든요 알바생이 보는 것은
물론 화면이 공개된 곳에서는 모든사람들이 다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노래방 갈 때는다 감수하고 가는거지만...

ㅇㅇㅇ 2017-11-20 23:56:31
안전 목적의 cctv 라고 해놓고 방송 촬영용으로 쓰니 몰카와 다름 없는 것이겠지요. 촬영 후에 동의한 사람만 방송에 나가는 거야 당연한 상식일 테구요.

ㅇㅇㅇ 2017-11-20 23:44:36
그개 사실이라면 조작방송이라고 봐야지요.

ㅇㅇ 2017-11-20 10:19:30
노래방 입구에도 안내문 붙어있고 카운터에서도 미리 말해줍니다; 몰카는 무슨... 제대로 확인은 하고 글 올리는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