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 두고 몸싸움 "친일파" vs "빨갱이" 욕설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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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 두고 몸싸움 "친일파" vs "빨갱이" 욕설 난무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1.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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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동상 기증식 열려 / 신예진 기자
2016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이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돼 논란이 일었다(사진: 더 팩트 제공).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13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이날 기증식 시작 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단체가 충돌했다. 경찰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두 집단의 몸싸움을 막았지만, 이들은 “친일파”, “빨갱이” 등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욕설을 주고받았다. 계단 위에는 박 전 대통령을 찬성하는 측이, 계단 아래에는 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맞섰다. 이날 발생한 충돌로 2명이 폭행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소란 속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조우석 KBS 이사,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동상 제작자 김영원 조각가, 박근 전 유엔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이승만ㆍ트루먼ㆍ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은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 증서를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전달했다.

이동복 동상건립추진모임 위원장은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만 전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호국과 발전에 위대한 업적 남긴 지도자들”이라며 “이들을 동상으로 남겨 그 정신을 애국 시민들과 함께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행사가 열린 같은 시각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마포구 주민들은 ‘박정희동상설치저지 마포비상행동’ 반대 시위를 열었다. 장소는 기증식 행사장 앞 인도로 행사장과 불과50m 가량 떨어진 곳. 이데일리에 따르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반대 집회에 참석해 “지금처럼 찬반 양진하는 상황에서 동상 건립은 어울리지도 않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 박정희 시민단체는 “박정희는 1939년 3월 혈서와 함께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과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것을 일왕에게 맹세했다”며 “해방 후에는 불법 쿠데타와 종신 독재로 민주 헌정 질서를 파괴한 반헌법 인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빚어진 논란에 ”지긋지긋하다“며 동상 설치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잘 한 것은 분명 있지만 그의 독재를 미화할 순 없다”며 “동상을 세울 정도로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동상 설치라니?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일부 네티즌들은 박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동상 설립 찬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박정희가 친일파라고 그가 세운 공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부 고속도로도 폭파시켜서 없애야한다”며 “한국의 산업이 발전한 것은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마시길”이라며 그를 지지했다.

한편, 동상은 ‘이승만ㆍ트루먼ㆍ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했다. 동상은 4.2m, 중량 3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만든 김영원 조각가가 제작했다. 동상건립추진모임 측은 “박정희 대통령은 애국애족 정신으로 일평생을 조국 근대화와 굳건한 안보 구축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며 동상 제작 취지를 밝혔다. 기념재단은 동상을 기념관 정면에 건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증식에서는 동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기념관에 조형물을 세우기 위한 서울시 심의를 거치는 절차를 밟지 못했기 때문. 현재 기념관은 2012년부터 시유지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다. 따라서 동상 건립의 최종 결정은 서울시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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