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20여 마리에 사료 주고 물 주고
상태바
길고양이 20여 마리에 사료 주고 물 주고
  • 취재기자 이채은
  • 승인 2013.12.18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여대생 '캣맘'의 고양이 가족 보살피기 24시

부산 남구 대연3동의 원룸촌. 한 여성이 원룸 뒤쪽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서서 휘파람 소리를 낸다. 얼마 후, 어디서 왔는지 길고양이들이 점점 모여든다. 그녀는 종이를 깔고 가지고 온 사료를 그 위에 붓고 옆의 물통에 물도 붓는다. 길고양이들은 그 모습이 익숙한지 경계심 없이 모여들어 맛있게 사료를 먹는다. 그녀는 그런 고양이들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 한 여성이 경성대 후문에서 길고양이를 부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채은).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이렇게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2년 째 하고 있다. 2년 전, 김 씨는 집 뒤쪽에서 새끼고양이들이 모여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새끼고양이들이 자꾸 눈에 밟혀 사료를 사서 먹이를 챙겨준 게 지금까지 김 씨가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캣맘(cat mom)'이 된 계기다.

김 씨는 “처음엔 집 뒤쪽에 사는 새끼고양이 몇 마리에게 사료를 주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늘어나서 제가 챙기는 길고양이 수가 스무 마리 정도 돼요”라고 말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이기에 한 달 동안 들어가는 고양이 사료값이 만만치 않지만,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이제 길고양이는 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에요”라고 말했다.

캣맘은 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은 캣맘들이 있는데, 캣맘 카페는 물론이고 캣맘 협회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요즘은 ‘캣맘’ 뿐만 아니라 ‘캣대디’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길고양이와 사람들의 공존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많다. 발정기가 된 길고양이가 밤에 시끄럽게 울거나 쓰레기 봉투를 파헤쳐 놓아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우려의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캣맘이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캣맘을 폭행하는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강모(27) 씨는 캣맘이 된지 4년째다. 강 씨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다가 주민들로부터 안좋은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강 씨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가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면 뭐하러 주냐, 주지 말아라는 식으로 말들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또한 강 씨는 “길고양이를 골칫덩어리가 아닌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캣맘이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면 길고양이가 사람을 적이 아닌 이웃으로 인식하면서 성격이 순해진다. 길고양이가 느리고 사람들에게 경계심이 없다면 분명 누군가가 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캣맘에 길들여진 고양이는 사람에 놀라 뛰쳐나가거나 사람들에게 공격하는 사례가 줄고 쓰레기 봉투를 훼손하는 일도 적어진다고들 캣맘들은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