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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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
  • 우병동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12.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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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간 김에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을 가 보았다. 전시회가 열리는 현대미술관을 들어서니 이마동의 <남자>가 관람객을 맞는다. 버버리 코트를 입은 식민지 청년이 영어잡지를 말아 쥐고 어두운 벽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가던 지식인의 고뇌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어 한국의 고갱으로 불렸던 이인성의 몽환적인 그림이 나타나고,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명화들이 줄줄이 나타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음 방에는 천경자, 박고석, 이응노, 김흥수 등 현대 작가들의 명작들이 관람객들을 압도하고, 이어서 동양화의 대가들인 김기창, 이상범, 허건, 허백련 등의 수묵화들이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빨래터>, 이응노의 <수>, 박고석의 <산>, 천경자의 <길례언니> 등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고 김기창의 <군작>은 수 백 마리의 독수리들이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이 벽면에 펼쳐져 시선을 압도했다.

우리나라의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인지, 정말 처음 알았다. 우리의 예술 수준이 외국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그림들, 그리고 미국 시카고 박물관의 인상파 콜렉션을 보면서 정말 그림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서양의 미술 수준이 우리의 그것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본 우리나라 화가 57인의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의 예술적 능력이 그들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전시회가 자주 열려서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와 예술의 진가를 더 잘 알게해 주면 좋겠다. 미술 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상 등 여러 분야의 우리 예술이 소개되어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외국의 문화나 예술에만 노출되지 않고 우리의 예술 작품들을 접하고 그 가치를 느끼는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팝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 말초적이고 대중적인 문화에만 집중하지 말고 좀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수준의 문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학교의 신입생을 뽑는 면접시험에서 수험생들에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 어떤 사람이든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고 무엇을 물어보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여러 역사적인 인물들을 듣게 될 것을 기대했던 우리 교수들은 의외로 똑 같은 답변을 듣고 놀랐다. 10명 중 대략 예닐곱은 ‘유재석’을 꼽았고, 나머지 중 3명 정도는 ‘김태호’ 그리고 두 명은 ‘나영석’이라고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유재석 씨는 유명 MC이고 김 씨와 나 씨는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듀서들이다.

그들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고, 젊은이들이 그들을 선망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인기 연예인이 되고 재능있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은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인기 있는 대중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은 고전을 읽고 고급문화에 접하면서 생각을 담을 그릇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근현대회화 100선전의 관람객 중에도 대학생 관람객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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