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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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우병동 교수
  • 승인 2013.01.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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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 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 경쟁의 난장판을 보던 눈에 미국 민주당의 후보 연설회는 신선했다. 그들은 우리처럼 편을 갈라 아우성을 치지 않았고, 죽기 살기의 기싸움도 하지 않았다. 남을 헐뜯는 공격도 없었고, 남의 말에 훼방놓는 삿대질도 눈에 띄지 않았다. 후보들은 그저 차분하고 성의 있게 시민이 제기한 질문에 답했고, 설득력 있는 응답에는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잔잔한 박수를 보내는 청중의 성숙된 자세가 돋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나는 여성으로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았다. 내가 가장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나왔다”는 자신 있는 말도 박수를 받았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라크나 북한 등 적대 국가의 지도자들이라도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한다”는 적극성에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느니, 국가를 개혁하겠다느니 하는 거창한 말 대신 시민들이 궁금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에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놓고 다른 후보들과의 차이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라크전쟁을 언제 끝낼 것인가' ‘이라크나 북한 등 적대국 지도자들을 만날 용의가 있는가'하는 외교 안보문제로부터 감세와 이민 법안 등 경제.사회문제, 그리고 낙태와 성전환자와의 결혼 등 개인의 권리문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들은 ‘나만이 옳다' ‘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고 내 의견이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이 옳다, 내가 돼야 한다는 것과 내가 더 낫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자신만을 인정하고 남을 부정하는 것인 데 비해 후자는 다른 사람도 인정하되 나의 차이점과 장점을 보여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선 후보 경쟁이 내가 옳다, 내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는 데 비해 미국 대선 후보 경쟁자들은 다른 사람도 인정하되 그들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으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나라당의 두 유력 주자의 경쟁을 보면 저렇게 하고도 경선 후 같은 당에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막가는 감정 싸움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서 나라를 잘 이끌 것인가를 제시하기보다 서로가 개인의 흠결과 단점만 파고드는 부정적 경쟁만 벌이고 있다. 범여권은 더욱 가관이다. 어제까지 같은 당에서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무리무리 패를 지어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등을 돌리더니 이제는 또 다들 한곳으로 모여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만 찾아 헤맨다. 다른 사람이 되면 안 되고 내가, 우리 편이 꼭 후보가 돼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적 행태다.

우리도 이제는 ‘내가 옳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낫다'라는 입장을 가질 때가 됐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은 틀리게 되고, 틀린 것이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기에 비해 내가 낫다는 것은 다른 사람도 인정하지만 나의 것이 보다 유용하다는 뜻이다. 과거 10여년 동안 우리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열중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대개는 판가름이 났다고 본다. 그러한 공감대 위에서 무엇이 더 나은지,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면 상대를 부정하고 부인하는 경쟁을 하지 않게 되고 남들과의 차이와 나의 우위성을 설득하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살벌한 전쟁판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장으로 바뀌지 않을까. 미국의 정당은 대선 후에도 깨지지 않는다. 경선 후보들은 경선이 끝나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패자도 박수를 받고 계속해서 왕성한 정치활동을 벌인다. 우리도 그렇게 돼야 건강한 정치판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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