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명품 빵집' 메카...전국 관광객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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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명품 빵집' 메카...전국 관광객 몰린다
  • 취재기자 정헤민
  • 승인 2013.12.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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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S, BNC, 백구당 등...관광공사, '빵집투어' 상품도

언제부터인가 초록색 검색창에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치면 태종대나 해운대 바닷가가 아닌 ‘OPS’, ‘BNC’, ‘백구당’이 뜬다. 이들이 어디에 위치한 관광지인지 다시 검색해보면, 모두 동네 빵집들이다. 그리고 이런 말들이 이어진다.“슈크림, 명란 바게트, 학원전은 옵스(OPS)가 최고에요”, “부산하면 빵 아닌가요? 부산은 명품 빵집의 도시에요.”

대형 프랜차이즈 때문에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 말은 옛말이다. 오로지 맛과 질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부산 명품 빵집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지연(26) 씨는 가족 행사로 부산에 왔다가 빵집부터 들렸다. 박 씨는 “부산 오면 바닷가는 안가도 빵집은 꼭 간다. 부산 오기 며칠 전부터 어떤 빵을 살지 메모해뒀다”며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 가서 슈크림을 먹어봐도 옵스만큼 맛있는 슈크림은 먹어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맛있는 빵집을 옆에 끼고 사는 부산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고 말했다.

▲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옵스 (사진: 취재기자 정혜민)

1989년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삼익제과’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옵스는 일본의 제과기술을 도입해 설탕대신 꿀로 빵을 만들어 더욱 유명하다. 이름만 들으면 빵인지 전인지 헷갈리는 학원전을 한가득 집어든 주부 김지연(34) 씨는 “엄마들이 학원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먹이는 빵이라고 해서 학원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며 “그만큼 아이들이 매우 좋아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부산에 본사를 둔 동네 빵집 중 27곳을 명품 빵집으로 지정했다. 선정된 빵집 가운데는 지점을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부산에만 6개의 매장은 둔 옵스와 2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흥용 과자점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부산이 명품 빵 도시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유명한 명품 빵집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부산 전 지역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점을 활용해 ‘부산 빵집 투어’를 만들어 미식여행, 시장여행, 문화여행에 지루함을 느낀 국내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투어 문화를 제시했다.

10월, 빵집투어를 통해 부산에 있는 빵집 27곳 중 20곳을 방문한 제빵기능사 시험 준비생 최현(23) 씨는 “직업상 빵에 관심이 많은데 빵집투어가 좋은 기회가 됐다”며 “정말 다양하고 맛있는 빵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더 맛있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될 것이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빵집투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은 여행자들 뿐 만이 아니다. 동네빵집에 불과했던 빵집이 한국관광공사의 빵집투어를 통해 명품 빵집으로 탈바꿈한 빵집도 있다.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빵집 ‘파티쉐리 곽’은 2011년에 문을 연 신생 빵집이다. 파티쉐리 곽을 운영하는 곽채현(45) 씨는 “주위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많아서 처음 문을 열 때 걱정을 했는데 동네 빵집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단골이 늘어나고 있다”며 웃었다.

반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도 있다.

▲ 부산 중구에 위치한 백구당 (사진: 취재기자 정혜민)

1959년에 영업을 시작한 백구당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백구라는 글자와 함께 하얀 갈매기가 그려진 간판이 가히 부산을 대표할 만한 빵집의 위용을 과시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백구당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이곳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기 때문이 아니다.

김창혁(32) 씨는 출장으로 부산에 왔다가 아내의 부탁으로 백구당에 들렸다. “부산으로 출장 간다고 하니까 꼭 백구당에 들려 빵을 사오라고 해서 길 모르는 부산을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며 식은 땀을 흘렸다. 김 씨는 바구니에 단팥빵과 크림빵을 한가득 담았다. 김 씨는 “백구당 단팥빵은 먹을 것이 귀했던 어린 시절에 먹던 단팥빵 맛이 그대로 난다”며 “세월을 넘나드는 다양한 빵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3대째 백구당을 운영 중인 조재붕(52) 씨는 “최근 들어 동네 분들이 아닌 다른 지역 손님들이 많이 온다”며 “이름만 명품 빵집이 아닌 진짜 명품이 돼서 관광지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부산의 자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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