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서?"...'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는 좌절 겪은 참가자들의 간절함이 생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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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서?"...'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는 좌절 겪은 참가자들의 간절함이 생명인데
  • 부산시 북구 박지현
  • 승인 2017.1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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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북구 박지현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이돌이 인기다. 국민이 직접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컨셉으로 방송 중인 Mnet의 <프로듀스 101>이 시즌 1, 2로 연이어 히트하면서, 그 뒤를 이어 최근 KBS 2TV에서도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에 도전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프로그램 이름에 들어 있는 ‘리부팅’이란 단어가 의미하듯이,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 데뷔했지만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돌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성공한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최근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요즘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힘을 주는 이런 의도는 사회적으로도 ‘아주’ 바람직한 듯이 보였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는 과거 아이돌 그룹에 속했다가 탈퇴한 전 티아라 멤버 한아름, 전 에이프릴 멤버 이현주, 그리고 해체한 그룹인 스피카 멤버의 양지원이 출연했다. 이들을 재발견할 기회라고 생각하니 나도 기대가 됐다. 그런데 프로그램 초반부터 데뷔한 지 이제 막 3개월밖에 안 지난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 '굿데이'가 등장했다. 굿데이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의 계기를 "굿데이를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 리부팅해서 재출발하려는 아이돌들의 절박함을 보여줘야 할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는 답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에 데뷔해 활동 중인 현역 남자 아이돌 그룹 '빅스타'도 기획 의도에 비춰 반갑지 않은 출연자였다. 빅스타 4명은 단체 무대와 개별적인 솔로 무대를 거쳐 결국엔 멤버 4명 모두가 합격했다. 또한 데뷔 10년 차 유키스의 멤버 준도 랩을 선보이며 합격했다.

한 번 데뷔했다가 성공을 맛보지 못하고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아이돌의 재도전 모습과 새 출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프로그램이 보여준 장면들은 신인배우, 이미 활동 중인 그룹들이 많았다. 신인 배우 이정하는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겠다고 부족한 춤과 노래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원래 프로그램이 내세운 드라마틱한 젊은이들의 재도전 의도와 다른 출연자들에게서 절박함과 간절함을 보기 어려웠다.

총 90여 기획사에서 500여 명의 아이돌이 <더 유닛>에 참가했다고 프로그램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이돌 데뷔가 간절한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았다는데 왜 이미 활동 중인 사람들을 출연시키고 ‘합격’이란 홍보 수단을 달아 주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이 프로그램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심사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분명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을 재부팅시켜 데뷔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1회 출연자의 반 이상은 활동 중인 아이돌, 신인 배우,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이었다. 취지와는 전혀 출연자들이 달랐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뒀다더니 <더 유닛>은 차별화의 약속을 잘 못 지킨 듯했다. 이 프로그램도 그저그런 오디션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Mnet의 <슈퍼스타K>, SBS의 <K팝 스타>처럼 출연자가 무대를 선보이고 나면 합격과 불합격의 부저를 선택해 누르고 따뜻한 말 한마디, 혹은 따끔한 조언을 보이는 구성의 편집은 <더 유닛>도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름이 없었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은 28부작으로 제작 예정이다. 초반이라 미숙한 점이 있을 것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오디션 출연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중점으로 보여줬다면, <더 유닛>에선 오디션 출연자들 각 개인의 재데뷔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보여줘야 한다. <더 유닛>은 기획 의도를 잊지 않고, 차별화를 강조했던 것만큼 새로운 영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경쟁에서 나오는 재미와 긴장감, 거기에다가 <더 유닛>은 재진입하고자 하는 후배들의 간절함과 선배 심사위원들의 따뜻한 격려가 어우러진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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