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상영관에 '블랙 컨슈머'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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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상영관에 '블랙 컨슈머' 기승
  • 취재기자 도근구
  • 승인 2013.12.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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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할인 요구하며 우기기 일쑤...종업원들 울려
▲ 영화관의 매표소 앞에서 발권하고 있는 손님과 직원 (사진: 취재기자 도근구)

“야! 저번에는 해줘놓고, 왜 지금은 안 되냐고!“ 최근 부산의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 매표소 앞에서는 한 남성이 영화관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남성은 저번에 할인 받은 카드가 왜 오늘은 안 되냐는 말과 함께 직원들에게 삿대질하였다. 그 앞에 있는 젊은 여성 직원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 카드는 원래부터 저희 상영관에서 할인되지 않는 카드입니다. 아마 고객님이 착각하신 듯한데요...” “아니, 여기가 맞대도. 아, 빨리 할인 해달라고. 야, 책임자 나오라고 해!” 결국 직원이 자신의 상사를 불러 원래 되지도 않는 할인을 해주고 나서야 그 남성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젊은 여성 직원은 “요즘 주말마다 저런 분들이 꼭 있어요. 되지도 않는 걸 억지로 우겨요. 저희는 서비스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원하는 데로 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상영관에서는 이러한 신종 블랙 컨슈머, 소위 악성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대형 상영관들이 고객 서비스에 약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자신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 그들의 수법은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제공하는 할인 카드 제도를 악용해서 매점의 음식을 다 먹고 맛없다고 하면서 환불을 요청하는 등의 억지를 부리는 식이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박모(23) 양은 “정말 힘들어요. 특히나 저희 영화관에는 단골로찾아오는 ‘진상 손님’들이 있는데, 얼굴만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나 저처럼 여자 아르바이트생들은 남성 고객들을 상대하다가 폭언을 듣는 경우가 많아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어린 종업원을 괴롭히는 유형 중에는 시간이 지난 영화표를 가지고 와서 환불해달라는 경우도 있고, 늦게 와서 영화 앞 장면을 관람하지 못했다고 다음 상영 시간의 영화를 보고 나가겠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단다. 다른 멀티플렉스에서 일하는 신모(24) 씨에 따르면, 영화가 끝나고 청소 중인데 불쑥 관람석에서 내려와 엔팅 크래딧이 아직 안 끝났는데 화면을 껐다고 항의해서 영화무료관람권을 받아 가는 등 억지가 ‘경지’에 오른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신 씨는 “손님에게 욕도 먹고, 상사에게 손님을 잘못 모셨다고 혼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종업원들이 힘들어 하는 점은 그런 손님들의 폭언이다. 신 씨는 “저는 남자라서 좀 나은 편인데, 여자애들한테는 언성을 높이는 손님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멀티플렉스 VIP고객인 유모(24) 씨는 “블랙 컨슈머들은 조금만 우기면 다 해주는 것을 아니까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감정노동자들이 블랙 컨슈머 때문에 곤혹을 당하는 일이 인권문제로까지 사회적으로 비화되자, 백화점이나 콜센터 등에서는 고객이 욕하는 경우 전화를 끊거나 녹음하겠다는 식으로 감정노동자들에게 강경 대응 매뉴얼에 의해 교육시키자만, 아직까지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그 정도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한 멀티플렉스 직원인 최모(27) 씨는 “저희도 최대한 서비스를 베풀고 친절히 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손님들이 이를 악용하니, 너무 힘들어요. 요즘은 이러한 사례가 너무 많이 늘어서 따로 4-5명의 블랙 컨슈머 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게 전부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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