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다"...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들추는 청춘들의 고민과 성희롱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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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다"...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들추는 청춘들의 고민과 성희롱하는 사회
  • 부산시 남구 손은주
  • 승인 2017.11.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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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남구 손은주

남자는 말한다. 어차피 이번 생은 모두 처음이니까. 여자는 깨닫는다. 이번 생도 이 순간도 다 한 번뿐이라는 걸. 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지만,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청춘들이 뭐든 해보려는 모습이 ‘내 이야기’처럼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성희롱을 희화하는 일부 장면은 다소 불편함을 낳았다.

배우 이민기와 정소민이 출연하는 tvN 월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지난 10월 9일 오후 9시 30분에 처음 전파를 탔다(사진: tvN 홈페이지 캡처).

경남 남해 시골에서 상경한 극 중 여주인공 윤지호(정소민 분)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 작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그녀가 졸업 후 나이 서른이 되도록 하는 일이라고는 겨우 보조 작가. 그래서 그녀는 보증금 없는 월세방이 필요하다. 극 중 남주인공 남세희(이민기 분)는 IT 기업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지만, 집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했던 탓에 빚만 몇 억이다. ‘집’, 이것이 그가 유일하게 가진 세속적인 욕심이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집 때문에 30년간 대출을 갚아야 하는 남자와 한평생 짐을 싸야 하는 여자 세입자 인생을 그린다. 그리고 이들의 한 번뿐인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라마의 청춘들은 한 번뿐인 생에서도 포기해야 할 게 많다. 이들은 결혼을 포기한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언제부턴가 연애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30대는 그런 나이다. 연애는 곧 결혼을 의미하는. 이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비혼을 고수한다. 이렇게 연애, 결혼, 집 등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사는 세대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이 드라마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둘은 어느날 ‘계약 결혼’을 감행한다. 다름 아닌 집 때문에. 결혼 전 이들은 남자 같은 여자 이름 윤지호, 여자 같은 남자 이름 남세희 때문에 서로를 남동생, 언니로 알고 하우스 셰어를 하게 된다. 며칠이 지나서야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집주인 남세희는 세입자 윤지호가 마음에 쏙 든다. 그저 세입자로서 말이다. 윤지호가 글을 쓸 때면 집 안 청소를 하는 습관이 있었던 덕이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남녀가 한 집에서 산다는 게, 남들에게는 상식 밖의 일이다.

집주인 남세희는 빚을 갚기 위해 월세를 보장해줄 세입자가 꼭 필요하다. 세입자 윤지호는 보증금 없는 월세방 하나가 너무도 간절하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그저 하우스 메이트로 같이 살기 위해서 결혼을 감행한다. N포 세대의 역행이다. 이제는 그저 평범하게 먹고 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옛날처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금수저’들이나 하는 행사라는 게 요즘 청춘들의 생각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온 윤지호지만, 그녀는 현실에 부딪혀 작가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친하게 지내던 젊은 PD의 성추행이 결정타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이라는 사회적 이슈도 다루고 있다. 이는 윤지호 친구인 극 중 우수지(이솜 분)를 통해 더 부각된다. 직장 동료 박 대리는 우수지에게 SNS 친구 받아달라고 떼쓰는데, 동시에 느끼한 눈빛을 보내며 “호텔에서 찍은 비키니 사진 지우기 없기다”라고 성희롱한다. 우수지는 화를 참으며 애써 미소 지어 보인다. 그리고는 말한다. “‘’좋아요‘ 누르지 마세요, 소름 돋으니까.”

이를 본 우수지의 친한 동료는 별말 못하고 참고만 있는 그녀를 타이른다. 그러자 그녀는 그동안 참았던 화를 다 쏟아낸다. “니가 대기업에서 여자로 살아봤어? 이런 일로 시끄러워지면 결국 입방아에 오르는 건 나야.”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어낸 대목이다. 우수지가 직장 남자 상사로부터 성희롱당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다. 여장부 같은 성격의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 현실이 그렇다. 죄지은 가해자 마냥 결국, 고개 숙이는 것은 성희롱 피해자다.

현실의 문제점을 드라마 속에 잘 녹여낸 듯하지만, 시청자의 눈살은 금방 찌푸려진다. 성희롱당하는 장면이 걸핏 잘못하면 ‘여성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 또, 여성을 무작정 당하기만 하고 힘이 없는 사람으로, 남성은 성적인 희롱과 추행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표현된다.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각각 성의 역할로 단정지어버린 셈이다.

윤지호는 친하게 지냈던 PD의 성추행으로 작가를 포기하게 되지만, 극 중 PD는 더 이상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런 처벌 없이 극 중 역할이 끝난다. 또, 우수지의 사내 성차별 문제도 결국 눈 감고 감당해야 하는 건 피해자의 몫이다. 아직 9회차 방영을 앞둔 지금으로써는 속 시원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 회차가 거듭날수록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있다. 사회적 과제로 남아있는 성희롱, 성추행 문제에 대해 확실한 매듭을 지어야한다는 것. 무엇보다 케이블, 종편채널 포함해서 동시간대 1위 드라마인 만큼 그 책임감이 막중하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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