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나 인턴과 같이 불안정한 고용자이거나, 또는 정직원임에도 임금이 적은 근로자들이 퇴근 이후나 주말에 투잡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기업에 다니는 A 씨는 주말에 편의점에서 8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다.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월급이 150만 원 가량인 그는 "월세에 세금, 핸드폰 요금, 교통비 같이 매달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며 "원래는 평일 대리운전을 하려고 했는데 새벽까지 일하고 출근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편의점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서울시 관악구) 씨 역시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지인의 권유로 한 장당 300~500원을 주는 타이핑 아르바이트를 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타자를 친 정 씨는 학원 논술 자료를 쳐주고 20만~25만 원을 받았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자율적으로 시간을 분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다시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사람인'이 '재능마켓 오투잡'과 함께 직장인 986명을 대상으로 ‘투잡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77%가 ‘투잡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투잡을 하고 싶은 이유로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어서’(57.3%, 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투잡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과 인턴들에게도 필수가 됐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대학생 B 씨는 패션 디자인 상품기획자(MD, merchandiser)다. 하루 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을 빼고도 9시간이 넘지만, 점심값 6000원을 제외하고는 월급을 받지 못한다. 학점을 받으며 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기 때문. 현장실습을 받으면 수업을 듣는 대신 회사에서 일하며 학점을 받기 때문에 급여를 주고 말고는 회사 마음이다.

수입이 전혀 없고, 심지어 출퇴근 비용조차 받지 못하는 B 씨는 평일 5일간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원래는 주말에 키즈 카페에서 6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쉬는 날 없이 일하느라 몸이 상해 그만뒀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일해니 힘들어도 괜찮다”고 답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지도 않아 다른 일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김모 씨 역시 비슷한 처지다. 김 씨는 주말에도 일하지만, 회사에서 함께 먹는 점심과 30만 원을 제외하고는 받는 돈이 없다. 일이 끝나는 시간이 불규칙해 정규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하는 김 씨는 부족한 돈은 부모님에게서 지원받고, 틈나는 대로 하루짜리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닌다. 그는 "20대 후반이 됐는데 당장 내일이 걱정된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이라며 "다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인 '안정적인 고용'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8월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654만 2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만 8000명 증가했다.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32.9%였으며, 시간제 근로자는 266만 명, 한시적 근로자는 370만 8000명으로 각각 17만 7000명, 5만 1000명 증가했다.

취재기자 김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