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이 커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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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 커야 한다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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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 큰 시각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아마 가장 통이 컸던 통치자였던 것 같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김 대통령은 지갑에 돈을 넣어 가지고 다닌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야당 총수 시절에도 돈을 지불할 일이 있으면 부하들이 다 알아서 계산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은 문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엽적·실무적인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다 알아서 잘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 대통령은 작은 문제는 쪼잘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쪼잘한 문제에 신경을 쓰면 쪼다가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김 대통령은 통을 크게 가지고 문민정부 시대에 하나의 거창한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세계화'입니다. 이 세계화 구호를 세계화 한답시고 영문 구호도 만들었습니다. Segyewha! 그 당시 한창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 바람이 불 때였습니다. 이에 편승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주된 통치이념은 세계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우와 같은 기업에서는 세계경영이라는 것을 선포하여 통 큰 시각을 과시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을 무시

그러나 사실 세계화의 이면에는 미국이 만들어낸 세계 통치이념이 흉측하고 징그럽게 배어 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야망을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적절하며 편리한 개념이 바로 세계화입니다. 이러한 세계화의 본질을 간과한 채 세계화를 외쳐대었다면 그것은 코미디입니다. 지나간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이 세상을 얼마나 하찮은 자들이 다스리는지 똑똑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제 얘기가 아니라 17세기의 스웨덴 정치가 옥센세르나 백작이 죽으면서 유언으로 했다는 말입니다. 터크만(Babara Tuchman)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독선과 아집의 역사>라는 책의 부제목은 “권력에 눈이 먼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가”입니다. 이 책에 베트남 전쟁 이야기가 가장 많은데 그 당시 세 명의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이라는 작은 것을 무시하며 오로지 미국이라는 나라의 배포 큰, 통 큰 시각에 눈이 멀어 베트남에서 추잡한 전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처참한 패배를 하게 되었는지 실감나게 설명합니다. 김영삼 대통령도 작은 것을 무시하고 세계화라는 통 큰 시각만 가지다가 IMF라는 처참한 종말을 맞고 말았습니다.

거시적 시각의 뜻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라!” 언뜻 보면 배포가 커 통 큰 시각과 같은 말로 들립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통 큰 시각은 작은 것을 무시하지만 거시적 시각이란 작은 것도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안목입니다. 한마디로 거시적 시각이란 조감적 시각입니다. 조감(鳥瞰)이란 높이 나는 새가 보는 전체적 시각이지요. Bird Eye View! Aerial View! Holistic View! Perspective! 다 같은 의미입니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면 작은 것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은 것을 큰 시각에서 볼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모습이나 현상을 더욱 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통 큰 시각과 완전히 다른 거시적 시각이지요. 옥센세르나 백작의 유언이 또 떠오릅니다. “지나간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이 세상을 얼마나 하찮은 자들이 다스리는지 똑똑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찮은 자들은 작은 것을 무시해서 통만 크던지, 아니면 작은 것에만 신경 쓰는 쪼잔한 사람들이겠지요. 거시적 시각이란 작은 것을 무시하는 통 큰 시각이 아니라 작은 것을 큰 틀에서 보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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