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영상 2주간 2만 6000명 내려받아..."경찰이 이 사이트를 지켜보고 있다"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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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영상 2주간 2만 6000명 내려받아..."경찰이 이 사이트를 지켜보고 있다" 섬뜩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1.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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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2주 동안 매일 170개 씩 가짜 몰래 카메라 영상 배포 / 신예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나선 부산지방경찰청이 불법 몰래 카메라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가짜 몰카’를 만들어 영상물 유통 사이트에 배포했다. 이는 죄의식 없이 몰카를 내려보는 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줘 몰카 유통을 줄이는 ‘Stop Downloadkill’ 캠페인의 일환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은 '가짜 몰카'를 제작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불법 몰카 영상이 유통되는 23곳의 파일 공유 사이트에 매일 170개씩 올렸다고 1일 밝혔다. 그 결과 2주 동안 총 2만 6000명이 영상을 내려 받았다. 동시에 같은 기간 해당 사이트에서 몰카 유통량은 최대 11% 줄었다.

부산 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영상의 총 길이는 1분 25초 가량. 영상의 촬영 장소는 모텔, 여자화장실, 탈의실, 지하철 등 다양하다. 몰카 영상 앞부분은 여느 영상과 다르지 않다. 탈의실 버전의 몰카의 경우, 여성이 옷가게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상은 위에서 촬영돼, 마치 탈의실 옆 칸에서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영상 후반부, 옷을 벗느라 고개를 숙인 여성이 공포영화처럼 잡자기 귀신으로 변한다. 뒤이어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것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온다. 또, “경찰이 이 사이트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며 경고성 문구도 등장한다.

부산 경찰의 가짜 몰카 영상을 다운받아 본 사람들은 "제가 본 것을 경찰이 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놀라서 당황했고, 생각할수록 잘못한 것 같다"고 부산 경찰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 경찰은 불법 촬영물을 다운받아서 시청하는 것이 피해 여성의 수치심과 자살로까지 이어짐을 알리고자 제작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2009년 807건이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5185건으로 8년간 542% 증가했다. 부산 경찰은 "몰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몰카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몰카를 보는 사람도 찍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했지만, 2만 6000건의 다운로드 기록에 충격을 받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남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저도 남자지만 우리나라 남자분들 불법 촬영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며 “불법 촬영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불법적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도 아주 큰 문제임을 알고 죄책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운받은 사람이 2만 6000명이나 되다니... 재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 기회에 불법 다운로드하는 사람들 싹 다 잡아서 처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7) 씨는“부산 경찰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며 “저런 식으로 함정 수사를 해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을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몰카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보면 일종의 병 같다”며 “타인이 옷을 갈아입거나, 볼 일을 보는 모습에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캠페인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몰래 카메라라고 인지되는 그런 영상물을 보려고 했을 때 ‘경찰 마크’나 ‘경고 문구’가 직접 뜨면 충분히 ‘보면 안되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범죄를 적발하는 경찰이 직접 나서 이런 캠페인을 벌이면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어 “현재 웹하드 운영 업체가 음란물을 필터링해야 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 이런 부분까지도 먼저 찾아서 관리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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