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질풍노도에 당랑거철(螳螂拒轍)하는 보수 언론...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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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질풍노도에 당랑거철(螳螂拒轍)하는 보수 언론... 그 속내는?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7.11.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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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의 기세가 거세다.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촛불에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 농단 세력의 진영은 이미 초토화됐다. 일부 친박들이 보수야당을 앞세워 최후의 저항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랑거철(螳螂拒轍), 즉 사마귀가 수레바퀴 앞에서 곧추 서 있는 형국이다. 적폐청산의 성난 파도는 이제 전전(前前) 정권을 향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른바 ‘사자방(사대강, 자원 외교, 방위 산업) 비리’ 수사의 북소리가 점점 볼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BBK, 다스, 국정원 댓글부대 불법 운영 등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의 날카로운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턱 밑까지 다가왔다. MB의 포토라인 등장과 구속 수감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월 25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이명박 심판 범국민행동본부가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이런 숨가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일부 보수 언론들이 전개하는 반격의 몸짓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 국정 농단 세력과 밀착해 오래 전부터 가짜뉴스를 남발해온 극우 보수 사이비 매체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권위지’라는 이름으로 보수 정권하에서 여론을 독과점해왔던 조중동 등을 말하는 것이다. 한 때 이들 신문의 편집과 논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물론 새로 출범한 정권과 일정 기간 하니문을 구가하는 게 언론의 관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정권과는 차별화된 행보로 고공행진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를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달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수 언론의 칭찬 일변도의 보도 태도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런 칭찬 대신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월 1일자 조중동의 지면을 펼쳐 봐도 이런 변화가 쉽게 감지된다. 이들 신문은 홍종학 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재산상속 문제와 관련해 마치 “너 잘 만났다”는 듯이 마구잡이 펀치를 날렸다. 홍 후보자를 엄호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홍종학 증여가 상식이라는 청와대의 몰상식”이라는 식의 험담도 서슴치 않았다. 물론 장관 후보자에게 엄정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였던 홍 후보자에 대해 매섭게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들 신문이 홍 후보자 비판에 동원한 용어와 논리가 거칠고 다소 감정적이라 종래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느낌을 준다.

사드 갈등 종결과 한중 관계의 원상복귀에 대해 대부분 국민들과 진보 언론들은 오랜만의 좋은 소식으로 반기고 문재인 정권의 외교 행보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보수 언론들은 ‘편치않은...’, ‘갈등 봉합됐을 뿐’, ‘경제가 풀려야 진짜’, ‘안보 양보로 무엇을 얻었나’ 등 제목의 해설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를 읽어보면 억지스러운 부분도 적지않아 공연히 트집을 잡는 게 아니냐는 인상마저 준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자 신문에서 1면 머리기사로 채용비리 전면 조사 및 근절 대책에 대해 비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330곳 등 공직 유관기관 1089곳에 대해 과거 5년간의 채용 업무 전반을 조사한다고 했는데 무슨 수로 그 많은 숫자를 조사하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조사 연한을 5년으로 잡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 채용비리 의혹을 제외시키기 위한 정치적 배려가 아니냐는 까칠한 시각도 드러냈다. 또 동아일보와 한국경제 등은 ‘물갈이 의혹’을 제기했다.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최출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채용 비리 조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은 해당 언론사에 댓글을 통해 “강원랜드 등 채용 비리 복마전의 행태를 목도하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는 취준생들을 감안한다면 그런 딴죽걸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조선일보 로고(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뿐 아니다. 무엇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요즘 보수 언론들이 적폐청산 드라이브 그 자체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날린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자매지 월간조선은 최신호에서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 최순실 태블릿 PC의 일부 컨텐츠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은 국감에서도 야당의원들에 의해 집중 제기돼 격렬한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월간조선의 이 기사를 근거로 제시하며 검찰이 정체 불명의 문서를 문제의 태블릿 PC에 심어놓은 게 아니냐고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호성 등 국정농단 사태에 관여된 피의자들이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그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또 당사자인 JTBC는 포렌식 전문가까지 동원, 일일이 해명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을 펴는 언론사 및 정치인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확실한 진상은 알 수 없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문제의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무리수라는 게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사리와 논리가 맞지 않는다. 검찰이 무엇이 그리 다급해서 언론사와 짜고 엉터리 문건을 태블릿 PC에 심어 놓겠느냐는 반문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건을 수사한 이원석 전 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국회 국감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어떻게 대통령 문건을 작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일보가 일부 친박과 보수 야당을 빼고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 이같은 의혹을 무리하게 제기한 이유는 짐작이 간다.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어 자칫 자신들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칼끝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문제를 특종 보도해 채 전 총장을 결국 사퇴시킨 바 있다. 그런데 채 전총장의 낙마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중단이 짐작대로 당시 박근혜 국정원의 작품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당시 국정원 간부들은 물론 조선일보 역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국정원이 흘린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채동욱 혼외아들을 특종보도한 기자는 지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이번 국감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현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정책 등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31일 이 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내시경을 꽂아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언론은 죽은 과거 정권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 정권을 감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말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의한 죽은 권력 물어뜯기에 언론이 덩달아 춤추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소홀히 한다면 본말전도”라는 논리에 전면 동의한다.

중앙일보 사옥(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하지만 그 물어뜯기의 한 예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든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고 사장 망신줘서 쫓아보내기의 일환으로 현 정권 일각에서 흘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들이 집요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있다는데 이를 근거없는 망신주기로 보는 것은 예단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필자는 이를 노무현 논두렁 시계 사건과 수평 비교했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로부터 여전히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일개 방송사 사장을 같은 반열에 두고 비교하는 데 대해 어느 누가 선뜻 동의해줄지 의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적폐청산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제다”라고 천명했다. 반대 세력의 견제가 있더라도 적페청산 드라이브를 굳건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 질풍노도와 같은 기세에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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