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은 몇 점인가요?" 인터넷 얼굴 평가 유행...얼굴 사진 퍼뜨려 악플 공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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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은 몇 점인가요?" 인터넷 얼굴 평가 유행...얼굴 사진 퍼뜨려 악플 공격도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1.01 06: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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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중심으로 확산...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심리 반영 / 신예진 기자
아프리카TV와 유튜브를 통해 '얼평'을 받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얼굴이 눌린 것 같은데 콧대만 건드리면 이쁘겠다”, “광대가 있으시네요, 윤곽 주사를 맞아야겠네”, “얼굴이 문제가 아니야... 밑에 등급을 높이시는 게?”

이는 최근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일부 BJ가 시청자들이 ‘얼평’을 해달라며 보낸 사진에 내린 평가다.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타인에게 얼굴을 평가받는 ‘얼평’이 유행이다. 얼평은 ‘얼굴 평가’의 줄임말로 인터넷상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이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갑자기 발생한 현상은 아니다. 몇 년 전 청소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의 얼굴 사진을 올리며 평가를 부탁한 것이 시초가 됐다. ‘얼평’은 주로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BJ를 통해 이뤄진다. 관련 컨텐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시청자 얼평’, ‘얼굴 성형 견적 내기’, ‘대한민국 1% 뽑기’ 등의 방송 제목을 달고 진행된다.

얼굴 평가 방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시청자가 본인의 사진을 BJ에게 보내면 BJ는 해당 얼굴에 대한 ‘이쁘다’, ‘나쁘지 않다’ 등의 의견을 제시한다. 동시에 이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얼굴 사진을 놓고 채팅방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코는 좀 했으면’, ‘몸매가 아쉽다’, ‘내 스타일인데’ 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이처럼 얼굴 평가는 기본이고 몸매 평가와 심지어는 성형까지 권하는 등 평가의 종류도 다양하다.

고등학생 A 양도 한 인기 아프리카TV BJ에게 ‘얼평’ 사진을 보낸 경험이 있다. 성형하고 싶다는 A 양은 20세라며 나이를 속이고 얼굴 평가를 부탁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성형을 하고 싶으면 콧대를 높이라는 조언도 얻었다.

그러나 지난 9월, A 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본인의 사진을 발견했다. 당시 방송을 시청하던 누군가가 A 양의 사진을 퍼트린 것. A 양은 “소름이 끼쳤다”며 “처음 온라인 사이트에서 내 얼굴을 발견했을 땐 바깥에 나가기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괜히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눈치 보게 되더라”라고 후회했다.

A 양의 경험처럼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방송을 통한 얼굴 평가가 부르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얼굴 평가 신청자들의 사진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유포되는 위험은 물론, BJ와 시청자들의 쓴소리도 견뎌야 한다. ‘못생겼다’는 악성 댓글은 기본이고 성희롱 댓글까지 판을 친다. 이에 피해를 감안하지 않고 재미와 호기심으로 사진을 보내는 청소년들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 평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특히 청소년들이 그렇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는 물론 네이버 지식인에도 “얼평 부탁드려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사진을 올린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에는 “진짜 이쁘세요. 참고로 전 30대 남자인데 사귀고 싶네요”라는 다소 눈살 찌푸려지는 댓글도 달렸다.

전문가들은 ‘얼평’ 열풍을 얼굴 평가를 통해 타인에 자신의 삶을 평가받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상민 심리학 박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얼평을 받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멋있다’는 식의 단순한 인정을 받고 싶은 심리가 아니다”라며 “짧은 평가를 통해 내 생활이나 삶을 평가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이어, ‘얼평’에 매달리는 청소년들은 스스로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부족하다며 “누군가로부터 판단을 받아야만 나의 부족함을 파악할 수 있고 그 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모가 사회적 능력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사회 현상도 엮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모가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외모를 세상에 알리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금방 유명인을 만들어낸다”며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도 외모에 기초해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얼굴 평가로 난감한 상황을 겪었던 A 양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A 양은 “나중에 지우고 싶어도 너무 많이 퍼져 지울 수가 없더라”라며 “익명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공간에 사진을 올릴 때는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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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2018-01-31 21:40:21
얼굴 평가는 안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평가를 하다가 악플이 더 많아지고 결국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