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데이'에 왜 한국이 들썩?...기괴한 복장에 시민들 혼비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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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데이'에 왜 한국이 들썩?...기괴한 복장에 시민들 혼비백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0.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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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등서 피투성이 차림·.모형 총 들고 거리 활보해 신고 빗발...네티즌 "미국 풍속 따라하기 심하다" / 신예진 기자
할로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귀신으로 변장한 사람들. 사진은 일반적인 핼로윈 파티 참석자들의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Halloween)’를 맞아 우리나라 번화가 곳곳에서 할로윈 데이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할로윈 데이 놀이임을 인지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이들의 섬뜩한 분장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9일 저녁 부산시 진구 부전동을 지나던 대학생 신모(20) 씨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았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 때문. 이 남성의 얼굴과 옷은 온통 피투성이였던 것. 그는 헝클어진 머리에 컬러 렌즈까지 껴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고 신 씨는 전했다. 신 씨는 “아무 생각 없이 혼자 걷다 피투성이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조금 쏟았다”며 “내가 소리를 지르니 그분이 ‘죄송하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 씨는 이어 “생각해보니 이번 주 할로윈 데이가 있어 주말 서면 곳곳에서 할로윈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신 씨가 겪은 일과 비슷한 사건이 이날 경기도 고양에서도 발생했다. MBN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고양시 대화역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 A 씨가 피투성이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 역 사무실에 신고한 것. 남자의 복장은 환자복에 점퍼를 걸친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제 환자가 아니라 할로윈 데이 분장을 하고 지하철을 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 씨는 “병원에서 폭행당하고 지하철로 도망와 쓰러진 피해자인 줄 알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며 “할로윈 분위기를 내며 분장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른 아침 공공장소에서 이런 행동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늘 그렇듯 사건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전 6시 30분 쯤 이태원동에서 할로윈 복장으로 시비가 붙은 남성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한모(33)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 씨는 할로윈데이 파티에 참여하려 군복을 입고 장난감 총을 들고 다니는 B 씨에게 “라스베이가스 총기 난사 사건이 생각난다”며 폭행했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감 총이 아니라 진짜 총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은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열린다. 아이들이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하고 이웃집을 찾아다니면서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의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을 외친다. 대개 이웃들로부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동시에 학교를 비롯한 곳곳에서 분장 파티가 열리며 어른들도 축제를 즐긴다.

사실, 할로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에서 기인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분장을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할로윈 분장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상에서는 ‘할로윈’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할로윈 파티가 너무 유난스럽다는 한 네티즌은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할로윈을 챙겼다고 이 난린지 모르겠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맘 때 분장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해당 글은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할로윈 축제는 미국에서 아이들 사탕 나눠주는 날 아닌가”라며 “우리나라는 어른들이 파티하고 술 마시고 치고받고 싸우는 날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할로윈 데이’를 즐기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 문화인 할로윈 데이를 즐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평소 입어보지 못한 옷도 입고,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나 하던 분장도 할 수 있어 좋은 추억”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불교 신자가 친구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태원 파출소에 27일 오후 6시부터 29일 오전 9시까지 다양한 사건이 접수됐다. 이태원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할로윈 파티 장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해당 기간 279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이는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112 신고 없이 파출소를 직접 찾는 사람을 고려하면 실제 접수 건수는 2배 이상일 것”이라며 “축제 기간 들뜬 분위기에서 행하는 ‘작은 일탈’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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