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에게 끓는 라면 들이붓고 흉기 휘둘렀는데 경찰은 "쌍방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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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에게 끓는 라면 들이붓고 흉기 휘둘렀는데 경찰은 "쌍방 폭행"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0.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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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서 험담했다는 이유로 폭행에 협박까지...인천 계양경찰서는 가해자 주장 듣고 화해 종용해 부실 수사 지적 자초 / 신예진 기자
인천 계양경찰서는 룸메이트가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끓는 라면을 얼굴에 부은 가해자 A 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함께 살던 룸메이트 얼굴에 뜨거운 라면을 끼얹고 흉기까지 휘두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쌍방 폭행으로 처리해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인천 계양경찰서는 26일 특수 상해 및 특수 감금 혐의로 A(21)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지난 24일 낮 12시 50분쯤 인천시 계양구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던 룸메이트 B(26) 씨에게 끓는 라면을 냄비째로 들이부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A 씨는 펄펄 끓는 라면을 갑자기 냄비째로 구 씨에게 들이부었다. 이에 B 씨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A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흉기를 얼굴과 다리를 향해 휘둘렀다. 심지어 B 씨가 도망가지 못해 1시간 동안 위협하며 감금했다는 것. B 씨는 A 씨를 6개월 전 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돼 월세를 나눠 내며 함께 동거해왔다고 한다.

B 씨는 YTN 인터뷰에서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고개 들어 쳐다보니까 다 끓인 라면을 얼굴에 부었다”며 “머리카락 잡아당기고 무릎 꿇으라고 시키고, 못 도망가게 아킬레스건 잘라 버린다고 했다”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B 씨는 A 씨의 지인이 찾아와 현관문을 연 틈을 타 장소에서 빠져나왔다. 이웃의 도움으로 곧바로 경찰 신고 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예비 신부인 B 씨는 얼굴과 손에 심각한 2도 화상을 입었다. 상태에 따라서는 피부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B 씨는 흉기에 얼굴도 찔려 봉합 수술을 해야 했다. 또 폭행으로 귀 한 쪽이 들리지 않는 상태로. 1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A 씨는 엽기적인 행각은 룸메이트인 B 씨가 SNS를 통해 자신을 험담해 홧김에 저지른 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보다가 다른 지인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며 나를 험담한 것을 확인하고 화가 나 라면 국물을 끼얹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더불어, B 씨의 주변인들은 A 씨가 일말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가해자 측 가족 중 1명은 가해자의 범행 내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B 씨의 예비 신랑인 남자 친구는 “가해자는 사건 당일 병원에 와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다음날엔 메시지로 여자 친구에게 욕설을 써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B 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지만 경찰은 사건 초기 A 씨에게 B 씨와 화해를 권하며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B 씨 어머니는 “지구대에서 처음 초동 수사를 받았던 분이 가해자가 신고해서 가해자 주장만 듣고 쌍방 폭행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지어 가해자 A 씨에게 B 씨가 입원한 병원도 알려줬다. 이에, 가해자 A 씨는 병원을 찾았고, 이를 본 피해자 B 씨의 어머니는 지구대에 전화해 가해자를 체포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B 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쌍방폭행으로 처리돼 가해자를 구속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남겼다. 현재는 경찰이 일방폭행으로 영장을 다시 신청한 상태다.

A 씨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대학생 박영우(25) 씨는 “룸메이트에게 뜨거운 라면을 붓고 감금...악마가 따로 없다”며 “이영학 사건으로 초동 수사의 중요성을 배운 줄 알았더니 아직 멀었다”고 혀를 찼다. 박 씨는 “이래서는 국민들이 경찰을 믿을 수 있겠냐”며 “일 좀 제대로 하자”라고 덧붙였다.

한 네티즌은 “사건 내용을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경찰은 어떤 화해를 바란 것이냐”며 “끓는 라면 붓는 것은 거의 살인 미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쌍방 폭행 처리한 경찰 파면시키거나 중징계를 줘야 한다”며 “문제의 경찰 하나 때문에 경찰 공권력 자체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면 경찰 입장에서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게으른 경찰들이 조서 쓰기 귀찮으니 폭행 사건이면 쌍방으로 처리한다”며 “사실상 제일 나쁜 놈은 때린 놈보다 경찰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해자 입장만 듣는 경찰이면 없는 게 더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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