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이소~” 해운대 할매 할배 가이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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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이소~” 해운대 할매 할배 가이드 눈길
  • 취재기자 이현경
  • 승인 2013.11.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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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사투리로 관광객 안내...인기 독차지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부산 해운대 바닷가 동백섬에는 가이드 한 명이 한 그룹의 관광객을 이끌고 산책로를 걷고 있다. 그런데 가이드가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니라 나이 지긋한 할머니다. 그리고 가이드 할머니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부산 이야기를 관광객들에게 들려준다.

가이드 할머니는 “이리 오이소”라고 외치며 작은 이동형 마이크를 든 손을 관광객들에게 흔들었다. 환한 미소를 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연륜을 말하듯 옅은 주름이 보인다. 동백섬 주변 바다색을 따서 파란 옷을 입고 파란 모자를 쓰고 동백섬을 찾는 관광객을 안내하는 할머니 가이드가 바로 동백섬 ‘스토리텔러 할매’다.

▲ 관광객들을 이끌고 동백섬을 소개시키고 있는 파란색의 스토리텔러 할매(사진: 부산 관광공사 제공)

부산관광공사는 동백섬 등 해운대 일대에서 이 지역 이야기를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를 모집했다. 이들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는 통상적인 여행가이드나 전문적인 문화해설사와는 달리 정해진 코스를 관광객들과 함께 걸어주며 그 지역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는 화려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지만 그 지역 토박이라는 장점을 살려 그 지역의 살아 있는 얘기를 관광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생생’ 가이드다. 또한, 옆집 할머니와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매력으로 관광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 관광객들도 대환영이다. 그래서 이름도 부산 토박이말에서 따온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라 지었다.

스토리텔러 할매할배 사업은 부산, 경남, 전남이 공동으로 추진해 올 9월 14일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해운대의 숨은 자랑으로 점차 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동백섬을 지나 잔물결이 일렁이는 해운대 바닷가를 벗 삼아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는 관광객들과 함께 바다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띠며 서로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다. 해운대 바닷가 중간쯤 왔을 때, 스토리텔러 할매가 걸음을 멈췄다. “여러분, 바다가 보이시죠? 여기서, 깜짝 퀴즈! 바다가 순 우리말로 무엇일까요?”라며 돌발 퀴즈를 꺼낸다. 할매가 “아라!”라고 말하자, 관광객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메모하는 이도 있었다.

스토리텔러 할매로 일하고 있는 황광순(64) 씨는 신문에서 우연히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 모집공고를 보고 자신의 작성과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해서 뽑히게 됐단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을 즐기던 그녀는 “늙은 나이에 일이 있다는 생각에 나를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고, 힘든 일이 아니니 그냥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역시 신문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해서 뽑힌 김민정(48) 씨는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스토리텔러 할매다. 그녀는 “할매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더 친숙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들은 가이드 경력이 있는 강사들에게 8주간의 교육을 거쳐 탄생한다. 가이드로서 여행에 대한 기본 개념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교육을 받은 후, 할매 할배들은 일선에 투입된다. 그래서 많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이들의 가이드 실력은 제법 수준급이다.

김민정 씨는 동백섬 관광객이 외지인이 많지만 부산 사람들도 제법 많이 상대한다. 특히 부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부산 이야기를 듣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더 알고 싶어 질문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김 씨는 한 번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다. 젊은이들이 지나가기에 동백섬 역사 이야기를 해주려고 접근했더니 자신들은 역사에 관해 궁금하지 않고 크게 관심도 없다고 피하더란다. 그녀는 “요즘 젊은이들이 역사에 대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마음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스토리 할매 할배는 인기 만점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사는 박성제(46) 씨는 자주 동백섬을 산책삼아 걷곤 했다. 박 씨는 우연히 스토리 할매 할배가 인솔하는 관광객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몇 년간 그냥 지나쳤던 동백섬에 대해 이런저런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박 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에게 부산에 여행 오면 꼭 동백섬 스토리 할매를 만나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를 만날 수 있는 날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이다. 만날 수 있는 곳은 해운대 웨스틴 조선 호텔 앞, 황옥 인어공주상, 미포, 문텐로드, 해월정이며, 각 지점마다 2명의 스토리텔러 할매 할배가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오면 다음 코스까지 안내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참가 신청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5개 지점 중 어디든지 가서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면 바로 무료로 다음 코스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올 12월 29일까지로 막을 내린다. 예산 문제 때문이란다. 그래서 부산광광공사는 내년에도 이 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부산시에 내년 예산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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