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인명사고 정부대책 효과 있을까...“사람보다 우리 개가 먼저” 비뚤어진 반려견 애착부터 바로잡아야
상태바
반려견 인명사고 정부대책 효과 있을까...“사람보다 우리 개가 먼저” 비뚤어진 반려견 애착부터 바로잡아야
  • 편집위원 이처문
  • 승인 2017.10.23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예전에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유별난 애완견 집착 때문에 직원들이 속앓이를 한다는 사연이었다. 사장이 키우던 애완견이 죽었는데 직원들이 ‘조문’을 가는 것은 물론 조의금까지 전달했다는 것이다. 강아지 장례식이 끝난 뒤 사장이 새 애완견을 들였는데, 얼마 안가 그 강아지도 죽었다. 직원들이 설마 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장의 ‘조문 요청’을 받고 마지못해 조의금 봉투를 들고 갔다고 한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을 웃기려고 지어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반려견을 대하는 개 주인들의 태도를 보면 당시의 사연이 결코 장난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때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단독주택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이 급증한 요즘은 아파트에서 예사로 반려견을 기른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일상화됐다. 국내 반려견 숫자는 1000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한다.

강아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반려견이 늘면서 인명사고와 배설물 처리 등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개가 사람을 무는 것, 그리고 개 주인이 이를 무덤덤하게 여기는 무신경이다. 개가 사람을 문 사고가 올 들어서만 1000여 건 발생했다. 목줄을 풀거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들이 언제 어디서 사람을 공격할지 모르는 위험한 세상이 됐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개 주인의 궤변과 함께 애꿎은 사람들이 개의 공격을 받기 일쑤다.

서울의 유명 음식점 사장이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의 반려견한테 물려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만 해도 그렇다. 프렌치불독은 반려견으로 순치되긴 했지만 한 때 황소와 싸우던 투견이었다고 한다. 개의 조상이 늑대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주인한테는 아무리 고분고분하고 귀엽게 굴더라도 낯선 상황에서는 언제든 맹수로 돌변할 수 있는 게 반려견이라는 점을 개 주인이 간과한 것 같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화력이 뛰어난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과학 칼럼리스트 강석기 작가는 인간은 개와 함께 진화해 왔다고 주장한다. 개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부 유전자가 인간과 비슷하게 변해왔고, 인간과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소화력도 인간과 유사해지면서, 개의 조상인 늑대와 같은 공격성이 약화됐다는 것.

늑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미국 메사추세츠 주 햄프셔 대학의 래몬드 코핀거 박사는 “개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성공했고, 이런 특성이 대물림되면서 결국 늑대가 인간 성향에 가깝게 됐다”고 주장한다. 사회성이 뛰어나고 인간을 덜 두려워한 늑대들이 인간의 생활 영역 주변에서 계속 서식해왔다는 것이다.

코핀거 박사에 따르면, ‘도주 거리’라 일컫는 행동 특성 때문에 야생 늑대가 현대의 개가 됐다고 말한다. 도주 거리는 동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리다. 이를 테면 도주 거리 밖에 있는 인간은 위험하지 않아 달아날 필요가 없다고 개가 인식한다는 것이다. 개처럼 짧은 도주 거리를 가진 동물은 인간이 가까이 있을 때도 남아서 먹이를 먹지만 야생 늑대는 인간 가까이에서 먹지 않는다.

늑대와 자칼, 코요태, 개 등이 개과에 속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은 1993년 스미소니언학회와 미국 포유동물학회에서 ‘회색늑대(Canis lupus)’로 분류됐다.

자칼(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코요테(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개가 훈련 능력이 뛰어나고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늑대에게서 물려받은 사회적 인식과 정교한 대화 전달 방법 덕분. 작가 존 캣즈는 “주인의 감정을 지지하고 동의해주는 게 반려견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묘사했다. 반려견이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점점 가족의 일원으로 지위가 올라가는 추세다. 개를 맡겨두는 호텔이 성업하고 미용, 향수, 치료, 카페, 모래사장 등 반려견 관련 분야의 상품화도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개의 조상이 늑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야생성을 얕봤다간 큰 코 다친다. 사람과 살게 된 육식동물이었던 늑대는 사냥물의 찌꺼기 등을 먹다가, 식물성 음식 찌꺼기도 먹게 되면서 잡식성으로 변했다고 한다. 체구가 더 작아지고 성질이 온순해졌을 뿐 야생성은 남아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한 친구는 “집 근처 공원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도 없는 덩치 큰 개들이 갑자기 달려들 때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공원들이 얼마 안가 반려견들의 배설물 처리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반려견 산책을 시키다 보면 공원 곳곳에 강아지 배설물로 인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는 것.

반려견에 의한 인명피해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도 늦게나마 개 주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 주인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 태연하게 개의 목줄을 풀어주는 것은 인간의 자유보다 반려견의 자유를 앞세우는 폭력 행위나 다름없다. 지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웃 주민을 물어 죽인 개 주인에게 종신형이 내려진 적도 있다.

사람을 문 최시원의 반려견을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에 어느 여배우가 “개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가 혼쭐이 났다. 결국 SNS를 통해 “경솔했다”며 사과했다. 반려견이 아무리 귀엽고 가족같다고 한들 개는 개다. 사람보다 우리 집 개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기를 자격이 없다. 반려견 보호자 자격증제를 도입하든지 해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