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 그것도 알아서 못해?” 상담사 핀잔에 두 번 상처받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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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라고? 그것도 알아서 못해?” 상담사 핀잔에 두 번 상처받는 학생들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10.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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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나무 숲'에 학교 상담사 폭언 고발...“인력 부족 따른 과도한 업무도 부실 상담 원인” / 김예지 기자
학생들이 고민을 터놓고, 격려와 위안을 받기 위해 상담센터를 찾지만 상담사들의 무성의한 대답으로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 Bing 무료 이미지).

학생들이 말 못 할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교내 ‘상담센터’다. 그러나 상담사에게 공감과 위로를 받기 위해 상담센터를 찾았다가 도리어 그들의 냉담한 시선과 비난으로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고려대학교 대나무 숲에는 “교내 상담센터에 간 걸 후회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에 따르면,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은 상담사가 한심하다는 반응과 함께 “어쩌라고? 그 정도도 알아서 해결 못 하냐?"는 대꾸를 했다는 것. A 씨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고 나약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며 “너무 충격이 컸다. 힘든 심정을 용기 내서 처음 고백한 건데, 상담사의 경멸스러운 표정이 잊히지 않아 지하철에서 통곡했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 댓글을 단 김모 씨 역시 상담센터에서 겪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당시 청소년이던 김 씨는 우울증에 시달려 고민 끝에 청소년 상담센터를 방문했지만, “네가 우울한 건 다 네 잘못”이라며 다그치듯 해 혼이 났다고. 김 씨는 "그저 “괜찮니?”라는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며 "그 날 펑펑 울고 한동안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 상담자 수는 429만 551명이었다. 같은 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내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15.6%로 학교 15곳 당 1명에 불과했다고 EBS가 보도했다.

상담사의 허술한 상담은 인력이 모자라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전문상담교사 인력 부족으로 일반 교사나 진로 진학 상담교사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리 등 전문상담을 대신하거나, 비정규직 상담사를 채용해 전문 상담을 맡기는 데 따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한모(25, 대전시 유성구) 씨는 학창시절 가정 불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역시 용기를 내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는 "한번 상담을 받아본 후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다.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며 "(나 역시 그랬듯) 청소년기의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나은 길로 방향을 제시해줄 전문 상담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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