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클럽 출입하려 청소년들, 신분증 위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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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클럽 출입하려 청소년들, 신분증 위변조
  • 취재기자 신혜화
  • 승인 2013.11.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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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스티커로 생년월일 교묘하게 바꿔.. 가짜 신분증 빌리기도

“저번 주에도 왔었구만! 이거 진짜 저 맞다니까요? 자! 여기 페이스북도 있잖아요!”

지난 11월 2일 밤 9시 부산 진구 부전동에 있는 A 클럽 앞. 입구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하는 직원과 한 남학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신분증의 사진과 실물이 달라 본인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클럽 측에서 입장을 저지하자 남학생은 30분 째 악을 쓰며 소란을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 남학생의 곁에는 담배를 피우고 소리나게 껌을 씹어대는 또래들이 함께 있었는데, 잔뜩 겉멋을 낸 모습은 얼핏 보면 성인처럼 보였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앳된 소년이었다.

“진짜 본인 맞다구요? 지문 모양도 다른데 진짜라고? 경찰 불러서 확인해 봅시다. 남의 신분증으로 걸려봐야 정신차리지.”

“그럼 됐어요! 재수가 드릅게 없을라니까. 아 그건 또 왜 자르는데요? 야! 그냥 다른 데 가자.”

참다못한 직원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남학생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채 육두문자를 연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서 구한 건지 요즘 고딩들은 겁도 없이 남의 신분증으로 자기 맞다고 우기는 일이 부지기수에요. (이런 일이) 오늘만 해도 벌써 네 번째에요.”

10대 청소년들의 뻔뻔함에 클럽 직원은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었다. 그러더니 남학생이 내밀었던 타인의 신분증을 몇 번 더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클럽이나 주점 출입, 술이나 담배 구입을 위해 신분증을 위변조 하거나 도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년월일을 허위로 기재한 뒤 신분증으로 제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신분증을 5만원 선에 구매하기도 한다. 심지어 친분을 이용해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자신의 사진으로 바꿔서 재발급받는 경우도 있어 날이 갈수록 이들의 위조수법은 대담해지고 있다.

부산 B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19) 양은 “요즘 페이스북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는 술집도 있어서 페이스북에 생년을 바꾸기도 한다”며 “생년을 바꿔 민증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인시켜주면 통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부산 C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8) 군은 친구들과 클럽에 가기 위해 한 달 전 인터넷으로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5만원에 구입하였다. 김 군은 “일부러 얼굴을 가리기 위해 큰 안경을 썼더니 걸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며 “어차피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증 없는 다른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민증과 흡사한 숫자 스티커를 이용해 생년을 교묘하게 바꿨지만 신분증 위변조 단속이 강화된 만큼 그 수법도 자신의 사진으로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는 방법으로 진화하였다.

부산 서구에 거주하는 여대생 이모(21) 씨는 “친동생이 미성년자라서 신분증이 필요하다길래 동생의 사진을 가져가서 민증을 재발급 받아줬다”며 “외모가 많이 닮아서 동사무소 직원은 의심없이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형제가 없는 청소년은 평소 친하게 알고 지내던 지인을 이용해 가짜 신분증을 얻기도 했다.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모(17) 군은 술집이나 클럽 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동네 형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김 군은 “형과 이미지가 많이 닮아서 형이 사진만 주면 바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며 “요즘 술이나 담배를 구입하기 위한 민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 바보 취급 당해서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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